제76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내주자, 그 끝에서 공지한이 나타났다. 셔츠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 어딘가 어수선해 보였다.
임윤슬은 그 순간 머릿속에 끝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공지한은 그저 거기에 곧게 서 있었다. 햇살이 공항의 거대한 통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그의 얼굴을 환히 비추자, 그의 눈이 살짝 붉어진 듯해 보였다.
공지한은 무언가 참는 듯 입술을 다물면서 서로 안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봤다.
여자는 결연하게 입술을 깨물고 두 아이를 지키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런 그녀의 뒤에 숨어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왜 막상 다가가자니 두려운지를.
눈앞의 두 아이는 바로 그 아이들이었다. 그의 사무실로 찾아와 “아빠” 라고 불렀던 귀여운 여자애와 언제나 동생을 챙겨주던 똑똑하고 예의 바른 남자애 말이다. 그는 이 아이들과 함께 밥도 먹고, 동물원도 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직도 사랑스럽게 아빠라고 부르던 여자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자기 친딸이랑 친아들이 찾아왔는데도 남의 아이가 새 아빠를 찾는다며 착각하다니. 자기 친자식이 찾아온 걸 몰랐다니
공지한은 치밀어 오르는 충동을 눌러 담으며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불과 몇 미터의 거리인데도, 마치 한 세기를 걸어간 듯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그들 앞에 선 그는 말없이 서 있었지만, 너무 긴장해서 가슴은 요동치고 머릿속은 온갖 뒤엉킨 생각으로 가득했다.
임윤슬은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눈이 붉게 충혈되었고, 심지어 땀까지 흘렸다.
그때, 엄마 뒤에 숨었던 임유나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다 공지한이 서 있는 걸 보고는 달려 나가 그의 품에 안겼다.
“아빠!”
아이가 뛰어나오는 걸 본 공지한은 황급히 몸을 숙여 아이를 받아 안았다.
“유나야, 착하지.”
그는 품에 안긴 딸을 달래며 고개를 들어 임유승을 바라보았다. 아이도 그를 보고 있었는데, 아들은 딸처럼 열정적이지도 않았고,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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