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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유재윤은 고개를 들어 일에 몰두한 공지한을 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인 채 강은성에게 작은 목소리로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말했다. “글쎄 어젯밤에 지한이 형이 나한테 전화해서 오늘 윤하영이 지낼 곳을 구해주라고 했었어. 나더러 그 일을 처리해야 회사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하잖아.” “넌 원래도 할 일이 없었잖아.” “은성이 형,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니, 이 형들은 왜 나만 괴롭히는 거야?' “지한이 형이 다시 전 여자친구와 잘 되어간다는 의미네. 양다리는 지한이 형 스타일이 아니니까 정말로 두 사람이 잘되어가는 거라면 형수님이 위험해. 지한이 형이랑 형수님 아마 이혼할 수도 있어.” “에이, 설마. 지한이 형이랑 형수님 결혼한 지 거의 3년 되어가잖아. 지한이 형이 형수님한테 아무 마음도 없을 리 없어. 우리 내기해.” “난 안 해.” “아니, 왜?!” 유재윤은 씩씩대며 강은성을 보았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여러 옥타브 올라가고 말았다. 얼마나 흥분한 건지 벌떡 일어났고 강은성이 윤하영의 편을 드는 줄 알고 화를 냈다. “너희 둘. 계속 여기 있고 싶으면 조용히 해. 아니면 당장 나가서 일이라도 하던가. 내 눈앞에서 얼쩡대지 마.” 공지한은 소곤소곤 떠드는 두 사람 모습에 짜증이 났고 내쫓아도 나가지 않아 당장이라도 머나먼 나라로 보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은성이 형! 왜 나랑 내기 안 하겠다는 거야!” 유재윤은 공지한이 화내자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은성에게 왜 내기를 안 하냐고 물었다. 그는 임윤슬의 편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인데 뭘 어떻게 내기를 해.” “아, 그랬어? 형도 지한이 형이 형수님한테 마음 있는 거로 보였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구나, 그렇지? 역시 내가 잘못 볼 리가 없다니까.” “야, 바보도 알겠다. 하물며 너도 아는 걸 어떻게 몰라.” “근데 지한이 형은 왜 공항까지 가서 윤하영을 데려오고 호텔까지 잡아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집까지 구해주는 걸까?” “난들 아냐? 어쩌면 지한이 형이 연애 문제에선 바보보다 더 못할 수도 있지.” “...” ‘은성이 형도 참... 대놓고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 하긴 이런 부분에서는 은성이 형이 지한이 형보다 훨씬 잘 알긴 하지. 헤헤.' 두 사람은 그렇게 공지한의 사무실에서 일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빈둥거렸다. “강은성, 요즘 많이 한가하나 보다? 지난번 기사 난 건 아직 정리 안 됐던데, 왜 일거리 좀 더 얹어줘? 한가하면 너도 현이 일 좀 도와.” “형, 나 오늘 정말 모처럼 쉬고 있었던 거야. 근데 마침 형이 보게 된 거고. 지난번 기사는 내 잘못이 아니잖아. 파파라치가 숨어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난 정말 기사 보자마자 전부 내리게 했다니까? 흔적 하나 없이 깨끗하게.” 강은성은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지한이 형, 난 오늘 할 일 다 끝냈어. 집도 다 찾아놨고 이사까지 준비해뒀다고. 헤헤.” 유재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자신도 열심히 일했다고 어필했다. 공지한은 뻔뻔한 두 사람을 보며 어이없어하다가 그냥 퇴근해 집으로 가기로 했다. 두 사람을 안 보는 게 속이 편했다. 유재윤은 공지한이 일어나 외투를 챙기는 걸 보고 바로 따라붙었다. “형, 퇴근해? 집에 가? 같이 가자, 같이!” 공지한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따라오는 두 사람을 경계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집에 가는 데 너희 둘은 왜 따라와?” “나랑 은성이 형이 오늘 형 집에 가서 밥 좀 얻어먹으면 안 돼? 형수님 음식 진짜 오래 못 먹었잖아.” 유재윤은 웃으며 헤실거리는 얼굴로 공지한을 보았다. “안 돼.” “왜? 형이 요리하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면 내가 지금 당장 형수님한테 연락해볼게.' 유재윤은 말을 마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임윤슬에게 전화를 걸었고 공지한은 말릴 틈조차 없었다. 임윤슬은 유재윤의 연락을 보고 공지한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얼른 받았다. “네, 재윤 씨. 지한 씨에게 무슨 일 있어요? 또 술 마셨어요?” 공지한은 전화기 너머 자신부터 걱정하는 임윤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형수님, 지한이 형은 멀쩡해요. 지금 저랑 은성이 형도 회사에 있었는데 오랫동안 회의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늦었네요. 그래서 지한이 형이랑 같이 가서 저녁 좀 얻어먹고 싶었는데 지한이 형이 안 된대서 그냥 바로 형수님께 전화했어요.” “지한 씨가 재윤 씨한테 장난친 걸 거예요. 벌써 회사 나왔어요? 안 그래도 막 요리하려던 참이었는데.” “네, 막 나왔어요. 너무 많이 안 해도 돼요. 저희 많이 못 먹거든요. 그냥 간단하게 제육볶음 하나만 해주시면 돼요.” “형수님, 저는 닭백숙이요!” 강은성도 얼른 거들었다. 두 사람은 전혀 사양하지 않고 당당하게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공지한은 두 사람을 보다가 곧장 핸드폰을 빼앗았다. “하지 마. 그냥 죽 한 그릇 주면 충분해.” 이 말을 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형! 왜 그렇게 쪼잔해! 우리가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두세 번뿐인데... 형수님이 만든 음식이 너무 맛있단 말이야. 흑흑...” “맞아, 지한이 형. 우린 진짜로 밥 한 끼만 얻어먹고 갈 거야. 절대 형이랑 형수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게.” 강은성도 용감하게 거들었다. “허, 아예 들어와서 같이 살겠다고 하지 그러냐.” 공지한은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을 보았다. “그래도 돼? 아니면 형 사는 근처로 이사할까? 내일 한번 알아봐야겠네. 근처에 매물이 없나.” 유재윤은 공지한의 말에 정말로 이사 오라고 하는 줄 알고 잔뜩 들뜬 모습을 보였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건 무리여도 같은 동네면 꽤 편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기만 해봐. 내일 당장 아프리카로 보내서 1년 6개월은 못 돌아오게 할 테니까.” 공지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헤헤, 그냥 해본 말이야. 내가 이사 가면 서로 불편하잖아.” 곁에 있던 강은성은 그런 유재윤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유재윤의 머리가 굴러가는 속도는 물론이고 용기도 참으로 대단했다. 행여나 불똥이 튈까 봐 두려웠던 강은성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어쨌든 밥만 얻어먹으면 되니까. 세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유재윤과 강은성은 각자 차를 몰고 왔기에 세 대의 차가 나란히 공지한의 별장으로 향했다. ... 세 사람은 동시에 도착해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임윤슬은 마지막 그릇에 국을 담아 상에 올리던 참이었다. “오셨어요? 마침 상 다 차렸네요.” 임윤슬은 환하게 웃으며 유재윤과 강은성을 맞이했다. “형수님, 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고소한 냄새가 벌써 풍기던데요.” 유재윤은 바로 식탁으로 달려가더니 눈을 크게 떴다. 전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이었으니 말이다. 임윤슬은 그가 말한 제육볶음은 물론, 강은성이 먹고 싶다던 닭백숙, 그리고 생선구이, 담백한 버섯국,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무침까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가득 차렸다. “이거 완전 진수성찬인데요. 현이 형이랑 세원 형이 이 진수성찬을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좀 아쉽네요.” 유재윤은 고기를 집어 입에 넣으며 임윤슬의 솜씨를 칭찬했다. “조금씩만 만든 거예요. 양은 많지 않으니까 얼른 맛 좀 보세요. 다음엔 우현 씨랑 세원 씨도 불러 넉넉하게 해드릴게요.” “이거면 충분해요.” 유재윤이 또 손을 뻗자 공지한은 손을 ‘탁' 쳐내며 말했다. “손 씻고 그릇이랑 수저 챙겨와.” “제가 가져올게요.” 임윤슬이 일어나려 하자 공지한이 말렸다. “당신은 좀 쉬어. 음식 하느라 고생했는데 수저 정도는 둘이 알아서 챙기라고 해.” “맞아요, 형수님. 이 음식들을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좀 쉬세요. 이따가 설거지도 저랑 재윤이가 할게요.” 강은성이 그릇을, 유재윤이 수저를 챙기며 말했다. 공지한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유재윤이 얼른 덧붙여 말했다. “맞아요! 설거지는 이따가 저랑 은성이 형이 할게요!” “그나마 양심은 있네.” 공지한이 말했다. 네 사람은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임윤슬은 많이 먹지 못했지만 세 남자의 식성은 대단했던지라 상 위의 음식은 거의 깨끗하게 사라졌다. 다만 반찬은 거의 다 먹었어도 밥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식사가 끝난 후 유재윤과 강은성은 약속대로 설거지를 말끔히 마치고는 후다닥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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