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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장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지

나는 바로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유전자 검사를 예약할 수 있나요?” “이분이 피해자 직계가족이 맞는지 몰라서요. 아무래도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옆에서 구경하던 간호사는 내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어떻게 예약하는지 알려줬다. 그러자 할머니도 더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달려와 내 휴대폰을 뺏으려 했다. 이시연이 그녀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어르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비용은 저희가 낸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어르신이 피해자 친모라는 게 증명되면 보상금은 모두 어르신이 가져갈 수 있어요. 그게 아니라면 피해자 아내분께 드리는 게 우선순위고요.” “내가 바로 친모예요. 당연한 걸 무슨 유전자 검사까지 하나요?” “다른 건 모르겠고 얼른 보상금을 내놔요. 보상하지 않으면 아무 데도 못 가요. 지금 다들 지켜보고 있어요. 제가 당신들을 고발할 거예요! 얼른 돈을 내놔요!” 할머니는 계속 우리에게 보상금을 내놓으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작아졌다. 그러자 마희연도 내 뜻을 알아차리고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어르신, 일단 진정하세요. 이런 건 아무래도 확실히 해야죠. 그리고 지금 이렇게 소란을 피워서 좋을 게 없어요.” 구경하러 온 행인들도 할머니를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니까요. 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다 보고 있어요. 그냥 유전자 검사만 하면 돼요.” “아니면 가족관계증명서라도 가져와요. 두 분이 친모자 사이라는 걸 증명하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요. 어차피 사실인데 못 할 것도 없잖아요? 유전자 검사 실컷 하라고 해요.” 행인들이 한두 말씩 거들자, 할머니는 더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없을 줄 생각지 못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가족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아무것도 없는데, 감히 여기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그리고 그때 사람들 무리에 섞여 있던, 안경을 끼고 수트를 잘 차려입은 남자 한 명이 뒤돌아 떠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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