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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장 일억을 더 주셔야 합니다

정재현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고 심지어는 나를 상대할 방법을 이미 생각한 것 같았다. “안 대표님이 그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 회사의 가치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건 안 대표님의 능력이죠.” “몇 년간의 뉴스는 저도 다 봤어요. 안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안후 그룹이 어떻게 이렇게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겠어요?” “안 대표님 엄마가 안 대표님을 임신했을 때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안 대표님 엄마를 지키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금의 안 대표님이 있을 수 있겠어요?” 정재현은 입을 삐쭉거리며 계속 말했다. “그때는 안 대표님 부모님 모두 일반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위험한 줄 알았다면...” “그래도 뱃속에 열 달을 품어서 낳은 아이인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당연히 우리가 도와야죠. 다만 약속하신 돈은...” 정재현의 시선이 동하린 손에 든 가방에 머물렀다. 나는 의자에 기대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문 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늙은 여우처럼 교활하기 그지없고 절대 신용을 지키지 않을 사람인 것 같았다. 그가 진짜 신용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안민혁의 신분을 공개하지도 않았겠지. 안민혁을 납치하고 돈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돌아가서 동영상을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호준이 그 영상들을 찾을 수 있었다는 건 분명 정재현 손에 다른 영상이 더 있다는 거다. 근데 그 영상들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안민혁의 살인 동기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정재현은 나한테만 돈을 요구한 게 아니라 한재민에게도 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돈은 당연히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일단 물건을 확인해야겠어요.” 정재현은 나를 바라보더니 옆에 있는 정민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민규가 나에게 낡은 기종의 휴대폰 하나를 건넸고 화면은 흐릿하지만 반 시간가량 되는 동영상이 하나 들어있었다. 영상은 정재현이 다소 먼 곳에서 촬영한 것 같았다. 하지만 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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