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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장 명분

회사 프로젝트들은 모두 정상궤도로 들어서고 있었다. 심지어는 박준태 추락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프로젝트도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배진욱 말이 맞다. 나머지는 모두 경찰에게 맡기고 나는 내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 나는 또다시 몸이 안 좋아졌다는 핑계를 대고 동하린이 나를 대신해 일부 업무의 결정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일 년간 강유정은 국내 건설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성장했고 그녀를 통해 일을 생각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유정은 한 손에 유모차를 끌고 한 손에 파일을 들며 꽤 높은 힐을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유정 언니, 왜 또 여름이를 데리고 왔어요?”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유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차림새나 하는 행동들을 보면 정말 아기 엄마 같아 보이지 않을 때나 많았다. 강유정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오늘 마침 수영 수업이 있어서. 여름이가 안 가면 내가 갈 수도 없잖아?” “네가 말한 자료들은 아는 선배한테 부탁해서 구했어. 그 선배가 몇 년 전에 마침 그 부서에서 근무했었거든.” “다 복사본인데 그래도 증거로 채택되겠지? 어차피 해당 부서에서도 관련 자료들을 다 백업해 두니까.” 나는 강유정이 가져다준 자료들을 대충 훑어봤고 정말 그때의 조사 결과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심지어는 경찰 쪽에서 개입해서 처리한 내용까지 빠짐없이 말이다. 상대방 회사 쪽에서 전혀 말도 안 되는 말들로 금방 졸업한 학생들을 회유해 서류에 사인하게 했다. 당시의 범인들은 모두 검거되었고 그중 형량이 심하게 나온 두 주범은 아직도 구치소에 복역 중이다. 강유정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불만 가득한 얼굴로 내 침대 쪽에 앉으며 말했다. “희주야, 넌 정말 안후 그룹을 위해 네 전부를 걸었어.” “그리고 이 자료들은 해당 부서에서도 충분히 검열할 수 있는 자료들이야. 그런데도 시간을 끌면서 허가 심사를 내주지 않는 건 누가 봐도 일부러 그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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