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장 진짜

최지연을 훌쩍이며 배진욱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했었던 로맨틱한 일들을 하나둘씩 꺼냈다. 그러나 난 그 말을 들으며 최지연이 더 가엽게 느껴졌다. 최지연은 배진욱이 우리 둘을 구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계속 날 모방하고 있었다. 자신이 싫어하던 해산물을 먹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놀이공원에 갔으며, 본인의 스타일이 아닌 가방과 옷을 샀다. 이 모든 게 배진욱이 자신을 사랑했던 증거라 말했지만 최지연은 자신이 누군가의 모방품이라는 걸 잊었다. 배진욱은 덤덤하게 최지연을 바라보며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최지연, 정도껏 해. 이건 모두 나와 강희주의 이야기야.” “네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걸 나도 알고 있어. 난 너한테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 거야?” 최지연은 거의 무너져 내렸다. 최지연은 힘껏 경호원을 밀치고 다시 배진욱의 위로 몸을 겹쳤다. “아니야. 나 사진도 있고 동영상도 있어.” 그리고 허겁지겁 핸드폰을 꺼내 들고 배진욱에게 건넸다. “진욱아， 똑똑히 봐봐. 네가 사랑했던 건 나였어!”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최지연의 모습이 딱해 보였다. 며칠 전 나도 배진욱에게 이렇게 묻고 싶었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게 했다면 최지연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배진욱은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점점 표정을 구겼다. 핸드폰에는 두 사람이 하하호호 웃는 영상과 배진욱이 큰 소리로 최지연을 사랑한다고 외치는 영상이 틀어졌다. 언제 찍은 동영상인지 몰라도 지금 이 순간 너무 우습게 느껴졌다. 배진욱은 두 눈을 감더니 핸드폰을 바닥에 세게 던졌다. “모두 가짜야. 난 널 사랑한 적 없어. 나에겐 강희주 한 사람뿐이야.” 배진욱은 아주 덤덤하고 확실한 말투로 말했고 시선을 날 향해 고정했다. 그러나 난 여전히 무표정이었고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몰랐다. 감동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화를 내야 할까? 무슨 표정을 지어도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희주야.” 힘에 겨운 배진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