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88장
진아연이 전화를 받자 박시준의 조급함이 섞인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연아, 라엘이가 울고 있어. 지성이도 울고 있고. 정말 꼭 떠나야 되겠어?"
"내가 당신을 위해 애들 돌봐주는 베이비시터인 줄 아세요?" 진아연이 되물었다. "라엘이랑 지성이가 슬퍼하는 게 싫으면 아이들의 양육권을 내게 주세요. 동의하면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요."
전화기 반대편 박시준의 숨소리가 무거워졌다.
원래 그녀에게 하려고 했던 말은 많았지만, 그녀의 태도 때문에 모두 막혀서 할 수가 없었다.
"이제 탑승해야 해요." 진아연은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박시준, 아이들은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나한테 넘기고, 새로운 여자를 찾아서 원하는 만큼 낳을 수 있잖아요…"
박시준은 들을수록 화가 났다.
진아연은 분명히 그를 욕하지 않았지만, 그를 심하게 모욕했다.
그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가 다시 창백해졌고 몸도 저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전화를 끊을 때 그의 손가락은 얼어붙은 듯 매우 뻣뻣했다.
빨간색 통화 종료 버튼은 여러 번 눌러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뚜뚜' 소리에 진아연은 심호흡하며 기분을 조정했다.
박시준은 그녀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렇다면 그녀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예전처럼 생활할 수 있게 돌아오라고 말하려 했던 건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이기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타팰리스 별장.
전화를 끊은 박시준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장 이모의 품에서 지성이를 받아안았다.
지성이는 울음을 그쳤지만 녀석의 눈은 울어서 부어있었고, 너무 세게 울었던 탓에 딸꾹질하고 있었다.
"스페어키 어디 있어요? 라엘이가 방문을 잠갔어요." 박시준이 장 이모에게 말했다. "이모님이 가서 라엘이를 달래주세요!"
장 이모는 고개를 끄덕인 뒤 스페어 키를 찾으러 갔다.
지성이를 안고 있는 박시준을 보며 조지운은 한숨을 쉬었다. "지성이가 아직 어려서 다행이네요. 라엘이와 한이처럼 컸더라면, 얼마나 울지 상상이 안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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