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3장
강훈의 전화를 끊은 다음, 그녀가 김세연의 전화를 받았다.
"아연 씨, 지금 B국이에요? 식사는 했어요? 제가 밥 살게요." 이 시각, 김세연은 맨발로 부드러운 양모 카펫을 밟은 채,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막 B국의 집에 도착해, 여유가 생기자마자 그녀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전 벌써 식사했어요. 이번엔 일 때문에 온 거예요, 아니면 쉬러 온 거예요?" 진아연이 물었다.
"쉬러 왔어요. 게다가 이번엔 2년 동안이나 휴가를 아껴뒀죠. 그래서 적어도 두 달은 쉴 수 있어요." 여기까지 말하고는 김세연이 즐겁게 웃었다. "사실 전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어요. 아연 씨가 여기에 있어서 여기로 온 거예요."
"그런데 전 요즘 엄청 바빠요." 진아연이 솔직하게 말했다. "시준 씨 소식, 들으셨죠?"
"네. 저도 들었어요. 제가 잘 아는 의사에게 물어봤는데, 그분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박시준 씨의 일은 너무 터무니없다고요. 시나리오 작가한테 영화 한 편 만들라고 해도 될 정도래요."
진아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좀 터무니없긴 하죠. 하지만 시준 씨의 머릿속에 특수 장치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게다가 그것 때문에 시준 씨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고요."
"꺼낼 수는 없는 거예요?" 김세연이 물었다. "저였다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걸 절대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세연 씨, 시준 씨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사실 시준 씨 생각도 세연 씨와 같아요. 제가 버텨달라고 부탁한 거죠."
"그럴 일 없어요. 이제 앞으로 박시준 씨를 싫어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박시준 씨가 저한테 화를 내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아연 씨가 저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도 저지만, 라엘이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그나저나 두 사람도 만날 기회가 없겠네요. 시준 씨는 지금 귀국했어요." 진아연이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강훈이 한 말을 떠올리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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