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화
책상 위에는 평범한 신발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반들반들한 상자 겉면이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서연의 눈에 그것은 시한폭탄이 든 상자처럼 섬뜩했다. 그녀는 얼어붙은 채 두 걸음 물러섰다.
오봉구의 말처럼 그 안에 선물이 들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들지 않았다. 내용물이 무엇이든 손도 대기 싫었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경비실에 전화를 거니, 경비원은 즉시 출동했고 동시에 경찰에 신고를 넣었다.
퇴근 시간이 지난 복도에는 경비와 경찰이 무리를 지어 올라왔고, 의료진과 환자들이 웅성대며 몰려들었다.
추지훈이 경비원보다 먼저 달려왔다. 책상 뒤에서 몸을 굳힌 채 꼼짝도 못 하는 정서연을 본 그는 미간을 깊이 찌푸리며 다가갔다.
“지훈 씨, 오지 말아요!”
정서연이 날카롭게 외쳤다.
“안에 뭐가 있는지 몰라요. 시한폭탄일 수도 있으니까 가까이 오면 안 돼요!”
남아 있던 이성은 죄다 그를 말리는 데 쓰였다. 하지만 추지훈은 못 들은 듯 다가와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다친 데 없어요?”
손끝이 닿자 그가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다.
정서연은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목숨이 아깝지도 않아요?”
추지훈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걱정하지 마요. 정말 폭탄이라면 서연 씨가 할 일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는 거예요.”
정서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저…”
“말은 나중에 하고, 먼저 나가요.”
그는 다정하게 달래며 정서연을 진료실 밖으로 이끌었다.
문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정서연은 그들을 향해 권했다.
“지금은 여기서 벗어나는 게 좋아요.”
“괜찮아?”
진도윤이 급히 달려왔다. 땀으로 흠뻑 젖은 정서연을 보자, 회색빛 눈썹이 깊이 찌푸려졌다.
“교수님, 환자랑 의료진을 대피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정서연이 물었다.
진도윤은 주변 상황을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연락할게.”
그때 추지훈이 나직이 말했다.
“잠깐만요, 원장님. 안에 있는 건 폭탄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그는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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