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화
추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눈을 반짝였다. 마치 추억 속으로 빠져든 것처럼 말이다.
그건 서로 다른 두 가지 일이다.
정서연은 그가 일부러 화제를 돌린 걸 알면서도 그에게 이끌려 지난 일을 떠올렸고, 곧 귓불이 절로 붉어졌다.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지훈 씨.”
“지난 일은 이제 그만 이야기해요.”
“왜 이야기하지 않아요? 과거의 모든 것이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거잖아요.”
추지훈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정서연을 바라봤다.
“어느 위대한 철학자가 한 말이었죠. Judy, 기억해요?”
추지훈은 예전 리미아에서 그녀를 부르던 영어 이름을 꺼냈다. 학창 시절마다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정서연은 잠시 멍하니 잔잔한 미소를 짓는 추지훈을 바라봤다. 마음이 포근하게 감싸여 다른 부정적인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참 후,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어찌 됐든 고마워요, 지훈 씨.”
서빙 직원이 그녀의 잔에 술을 따르고, 추지훈에게는 자몽 주스를 가져다줬다.
정서연은 잔을 높이 들었다.
“리미아에서 지훈 씨를 만난 것도, 지금 다시 나타나 준 것도 다 고마워요.”
추지훈의 존재는 그녀의 삶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온기를 더해 줬다.
추지훈이 잔을 부딪치며 맑은 얼굴에 여전히 미소를 띠었다.
“저야말로 고마워요.”
맛있게 저녁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의 웃음과 대화가 올 때의 적막을 산산이 부쉈다.
추지훈이 하루 종일 곁에서 달래 준 덕분에, 정서연은 머릿속의 공포스러운 기억도 완전히 다스릴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많은 동료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어제 일을 거듭 묻는데도, 그녀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원래도 정서연은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추지훈의 동행과 도움까지 더해지니, 진료실에 앉아 있을 때는 전날의 끔찍한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점심 무렵, 정수아가 갑자기 최예준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오봉구가 들이닥쳤을 때와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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