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이유현의 마음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이 귀한 목걸이를 정서연에게 주었다면 그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정중한 감사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늘 그렇게 차분하고 담담한 성격이었고 정수아와는 확연히 달랐다.
정수아를 바라보는 이유현의 입가에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당연하지. 넌 내 동생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잘해주는 건 당연한 거야. 넌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 없어.”
“언니라도?”
정수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응, 언니라도.”
이유현이 다정하게 속삭였다.
“나는 너한테 더 약하니까.”
정수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고마워, 유현 오빠.”
정수아는 수줍게 말하며 두 팔을 벌려 그를 꼭 끌어안았다. 이유현은 이 순간, 오빠라는 존재가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전에 왜 나는 서연이랑 더 친하게 지냈던 걸까?'
지금 정수아를 품에 안고 있으니 정서연과 있을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감정마저 채워지는 듯했다.
“고맙긴 뭘. 앞으로도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정수아는 그의 품속에서 얼굴을 살짝 부비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역시 유현 오빠가 최고야!”
이유현은 그녀를 더 깊이 끌어안으며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늘 밤엔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정수아가 품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이유현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려는 순간, 정수아가 다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매달렸다.
“비도 이렇게 오는데 오빠가 그냥 돌아가려고 하면 엄마랑 아빠가 가만두지 않을걸? 오늘은 나랑 여기서 영화도 보고 얘기도 하자. 오빠 전엔 언니랑 영화 자주 봤잖아?”
정수아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질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유현은 결국 더 이상 거절하지 못했다.
그날 밤, 정수아는 로맨틱한 멜로 영화를 골라 이유현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이유현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었고 결국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아침까지 깊이 잠들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