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9화
차는 방향을 틀어 다시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최재현은 차창 너머로 멀어져 가는 차량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불덩어리가 묵직하게 눌려 있었지만 평소 같았으면 당장 뒤쫓아가 따져 물었을 그가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히 핸들을 돌렸다. 대신 그는 다른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 아파트를 산 건 꽤 오래전이었다. 처음에는 단지 투자 목적이었을 뿐, 직접 들어와 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순간, 콘솔 위에 놓인 휴대폰이 윙윙거리며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건 정수아의 밝은 목소리였다.
“재현 오빠, 언제 와? 나랑 예준이 오빠 기다렸다가 저녁 같이 먹으려고.”
“오늘 저녁 약속 있어. 안 들어가니까 예준이 일찍 재워.”
짧고 차가운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별장 안.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서 있던 정수아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이미 통화는 끊겨 있었다.
그녀 곁에서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던 최예준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모, 아빠는 언제 와요?”
“오늘 저녁엔 안 온대.”
정수아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최근 며칠 동안 최재현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녀는 이 넓고 화려한 별장에서조차 마치 가정부와 함께 살림을 거드는 동료 같은 기분이었다.
실상 그녀의 역할은 아이를 돌보는 보모에 불과했다.
“아빠가 또 안 오네...”
작게 중얼거린 아이의 목소리에 정수아의 신경이 곤두섰다.
더는 달래줄 인내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안혜연을 힐끔 바라보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이모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 예준아, 오늘은 얌전히 자고 내일 주말이니까 이모가 와서 놀아줄게. 알았지?”
그러자 아이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
“이모도 나랑 안 있어 줄 거예요? 이모 가지 마요...”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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