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화
정수아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면서도 끝내 꺼내지 못하고 치맛자락을 살짝 당겼다. 그 행동에 정서연은 멍하니 있다가 시선이 치마 끝으로 내려갔고 이내 얼굴빛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 동작 하나로 그녀는 단박에 눈치를 챘다.
‘예준이가 치마를 걷어 올렸다는 거야?’
정서연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정말 아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네게 사과하는 거야. 무턱대고 혼내는 게 아니라.”
물론, 최예준이 그런 짓을 절대 안 한다고 단언할 순 없다. 다만 그녀가 곁에 있을 때만큼은 아이는 단 한 번도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이제는 자신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하고 아이는 무심한 최재현과 정수아 밑에서 지내고 있다. 이 나이 또래의 아이가 환경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땐 그녀 역시 눈감아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정수아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오히려 아이를 감싸듯 말했다.
“그건 예준이 자존심이 너무 상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그냥 재현 오빠가 가볍게만 훈계하게 놔둬. 어차피 아직 어린아이잖아.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해 못 해.”
정서연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까지 와서 이런 일을 눈감고 넘길 순 없었다. 다만 마음 한편으론 안도감도 들었다. 적어도 아이가 다치거나 아픈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정수아는 다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가지 말라니까? 가봤자 언니가 또 소란 피울 거잖아. 그냥 이번 일은 재현 오빠한테 맡기자, 응?”
정서연은 멈춰 서서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정수아를 내려다보는 시선엔 날이 서 있었다.
“방금 전엔 아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런데 왜, 재현 씨가 예준이를 혼내지 않을까 봐 그렇게 걱정하는 건데?”
정수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 말은 이해는 해도,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건 알려줘야 하니까.”
그때 박경희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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