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처음 정서연을 마주했을 때, 최재현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아직 이혼이 끝나지 않은 이상,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아내라고 못 박고 싶었지만 겁에 질려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자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릿속을 차지한 건 오직 하나, 다친 곳은 없는지였다.
두 사람은 병원 복도에서 서로를 마주 본 채 멈춰 섰다. 정서연이 쌓인 분노를 터뜨리려는 순간, 추지훈이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최 대표님. 여긴 병원입니다. 정 선생도 할 일이 많아요. 이렇게 무의미하게 정 선생을 붙잡고 계시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시간을 뺏는 겁니다.”
정중한 그 말은 최재현의 귀에 노골적인 도전으로 들렸고 정서연은 번뜩이는 그의 눈빛을 놓치지 않고 얼른 상황을 정리하고자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내가 퇴근하고 나서 해. 지금 정수아는 안정을 취하는 게 제일 중요해. 문제 생기게 하고 싶지 않으면 걘 당분간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게 말하곤, 추지훈의 팔을 단단히 잡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최재현이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팔을 잡아챘다.
“재현 오빠, 나 머리가 아파. 병실로 돌아가 쉬고 싶어.”
희미하게 떨리는 정수아의 목소리에 최재현은 짜증이 치밀어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대신 말없이 돌아서 병실로 향했다.
사실, 정서연이 병원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최재현은 이상하리만치 그녀와 마주칠 일이 없었다. 이번처럼 자신이 먼저 찾아오지 않았다면 정말 평생 못 봤을지도 모른다.
‘설마, 나를 피하는 걸까?’
그 생각이 스치자 그의 눈빛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다른 남자랑 있을 땐 웃으며 말도 잘하고 아무렇지 않게 손도 잡으면서 내 앞에선...’
“재현 오빠, 왜 그래?”
그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정수아가 조심스레 묻자, 그제야 최재현은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넌 푹 쉬어. 회사에 볼 일이 있어서 잠깐 다녀와야 해.”
말을 마치고 돌아서 나가려던 찰나, 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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