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최도영 덕분에 주재현의 고요하던 마음에도 하지윤의 이름이 떠오르자 아주 미세한 파문이 일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3년 동안 그는 하지윤을 기다린 건 아니었다.
헤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던지라 아쉬움은 조금 있었지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깊은 사랑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일에 몰두하는 건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고 혼자 지내는 건 그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깊은 사랑의 증거라 여겨졌다.
그저 밤하늘에 뜬 달이 예뻐 사진 올린 것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달을 보며 그녀를 그리는 감성’이라고 해석했다.
그렇게 그는 저절로 ‘지독한 순정남’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되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윤을 닮은 여자를 일부러 소개하기까지 했다.
주재현이 가끔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다 알아요’라는 표정만 지었다.
그렇게 ‘마음은 미련이 가득하면서 말로만 부정하는 남자’, ‘하지윤을 여전히 사랑하는 남자’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버린 것이다.
해외에 있는 하지윤마저도 그렇게 믿어 최도영에게 자주 몰래 연락해 주재현 소식을 물어왔다.
최도영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물었다.
“그럼 하지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주재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최도영... 아무도 누군가를 영원히 기다리진 않아. 하지윤이 돌아와도... 우리는 다시 이어질 수 없어.”
그가 말을 마친 순간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고 들어오라고 말하자 문이 열렸다. 달콤하고 묘하게 끈적한 목소리가 먼저 들어왔다.
“미래의 약혼자님, 점심 같이 먹으러 왔어요.”
주재현이 말하기도 전에 백연의 귀에 아주 작은 비웃음이 닿았다. 그녀는 고개를 기울여 소파 쪽을 보고서야 그 주인을 찾았다.
“이렇게 빨리 약혼자라고 부르다니, 백연 씨는 참 성급하시네요.”
최도영은 비아냥 섞인 목소리에 노골적으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백연은 눈을 깜빡이며 일부러 어색한 말투로 받아쳤다.
“최도영 씨 참 이상하네. 내가 내 약혼자를 약혼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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