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백연의 눈가가 순간 붉게 물들었다.
“나를 믿지 않는 거네요.”
화려하고 눈부신 이목구비가 그 순간 흐린 먹구름에 잠긴 듯 어두워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눈이었다.
“내가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다면 인정할게요. 나와 진우가 피팅 룸에서 몰래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 답이면 만족해요? 어차피 아까 문밖에 서서 들어오려던 그 순간 당신이 바랐던 대답은 이거 맞잖아요.”
눈물이 눈두덩에 그렁그렁 매달려 금방 떨어질 듯 흔들렸다.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의 위태로운 떨림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녀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보이자 결국 주재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추궁하려는 기색 없이 온순한 타협을 품고 있었다.
“됐어요. 내 잘못이에요.”
그는 먼저 사과하며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눈가에 맺힌 젖은 눈물을 가볍게 닦아냈다.
“드레스는 골랐어요?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오늘 입어본 건 전부 다 사요. 마시고 싶다던 재스민 밀크티는 벌써 사람 시켜 사 오라 했으니 금방 도착할 거예요.”
그는 의도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사실상 이 일은 더 캐묻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백연도 그 의도를 알아채고 주재현의 손끝을 가볍게 걸어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고마워요, 약혼자님.”
두 사람이 이렇게 금세 화해하는 걸 본 백진우의 눈빛에는 냉소가 스쳤다.
특히 백연이 먼저 주재현의 손을 잡는 장면에서 그의 눈에는 진한 비웃음이 차올랐다.
‘정말 어이가 없군. 이렇게 어설픈 거짓말을 믿다니.’
“제 존재가 삼촌의 오해를 사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방해되지 않게요.”
그는 일부러 한마디 더 얹었다.
“삼촌은 저를 그리 경계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삼촌의 조카일 뿐 삼촌의 아내를 범한 불륜남이 아니에요. 저랑 누나 사이는 떳떳해요. 삼촌이 생각하는 만큼 더럽지도 않고요.”
주재현 옆을 스쳐 지나가며 그는 일부러 멈춰 서더니 어깨를 살짝 부딪쳤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하나는 조롱, 하나는 싸늘함.
백연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