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지난번이요?”
주은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임지효의 말 속에서 뭔가 걸리는 게 있었던 것이다.
“네. 우리가 처음 했을 때도 은호 씨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가버렸잖아요.”
임지효는 일부러 눈가를 문질렀다.
“그때는 HS바였어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기도 했죠. 저 사실 아무 남자나 쉽게 만나는 사람 아니에요. 그런데 그날은...”
“그만해요!”
주은호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솔직히 그는 아직도 임지효가 누군지 명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HS바라고 말한 걸 보면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가 그곳에서 여자를 만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왜 그래요, 은호 씨?”
임지효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제 생각났죠? 내가 누군지.”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이 주은호의 기억을 되살렸다고 착각한 듯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주은호는 지갑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지난번과 똑같은 호텔 멤버십 카드였다.
“임지효 씨.”
그의 말투는 차분했다.
“솔직히 어젯밤의 일이든 그전의 일이든 난 잘 기억이 안 나요. 어쨌든 우리 다 성인이고 감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죠. 이건 그냥 사과의 표시니까 받아요.”
그의 말은 정중했지만 동시에 철저히 선을 긋는 말이었다.
주은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주씨 가문 같은 명문가에서 태어난 이상 결국 부모님처럼 감정 없는 정략결혼을 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애초에 여자를 만날 때 감정이 생기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상대의 외모라도 취향에 맞는 게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임지효는 그 기준에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카드를 쳐냈다.
“내가 돈이나 받으려고 이러는 줄 알아요?”
카드가 바닥에 떨어졌고 주은호는 멍해졌다.
임지효는 이불을 걷어내고 벌떡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녀의 손은 분노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임지효는 문 앞까지 걸어갔다가 멈추더니 돌아서서 그를 바라봤다.
“난 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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