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돈을 받고 움직이는 바텐더는 결국 임지효가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임지효는 모퉁이에 숨어 주은호 쪽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그가 술잔을 받아 드는 모습을 확인하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미 바텐더와는 모든 얘기를 맞춰두었다. 잠시 후 주은호가 그 술을 마시게 되면 곧바로 그를 자기 방으로 유인하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방으로 돌아가 조용히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지난번에 주은호와 엮였던 건 철저한 우연이었고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기에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임지효는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잡았다.
조금 뒤 주은호가 방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그 순간부터는 영영 임지효와 인연을 끊을 수 없게 될 터였다. 임지효는 뱀처럼 주은호를 꽉 휘감아 놓을 작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구나!”
임지효는 황급히 일어나 불을 꺼버렸고 입술 끝이 절로 말려 올라갔다.
조금 전 우연한 재회의 연출은 조금 어긋났지만 진짜 목적은 술에 취한 후의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장면만 성공하면 모든 게 충분했다.
문이 열리고 어둠 속에서 남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덥다... 너무 덥네...”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고 임지효는 비릿하게 웃었다.
‘약효가 드디어 나타나고 있는 거야.’
침대에 앉아 있던 임지효는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렸다. 방 안에는 불빛이 거의 없었지만 희미한 빛에 비친 남자의 체형은 분명 주은호라 생각됐다.
남자가 가까워질수록 임지효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지금이야.’
남자가 침대 곁에 다가서는 순간, 임지효는 더는 참지 못하고 술기운에 취한 척하며 그대로 달려들어 그를 눕혔다.
곧 두 사람의 몸이 뒤엉켰고 긴 밤이 그렇게 흘러갔다.
이튿날 아침, 가장 먼저 눈을 뜬 건 임지효였다.
아직 머리가 멍하던 임지효는 무심코 옆자리를 바라보다가 눈앞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옆에 누워 있는 사람은 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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