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7화
최지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이 애지중지 대접받는 아가씨가 아니라는 사실에 익숙해져 있었다.
장미숙은 그런 최지은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살아갈 힘을 지닌 아가씨였다. 혹여 훗날 최씨 가문에 그녀 혼자만 남게 되더라도 최지은은 분명 잘 살아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둘째 아가씨, 저 요 며칠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래도 큰아가씨 병이 다 나으면 그때 고향으로 돌아가야겠어요. 아들과 며느리랑도 상의는 다 끝냈고요.”
운성으로 떠난 뒤 새로 온 도우미가 장미숙만큼 최지유를 잘 돌보지 못할까 봐 걱정하던 최지은은 그녀의 말에 감동 어린 눈빛으로 장미숙을 바라보았다.
“아주머니, 저희 꼭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장미숙은 최지은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큰아가씨와 둘째 아가씨를 어릴 때부터 쭉 지켜왔는데 이런 상황에 떠나자니 도저히 마음이 내려가지 않더라고요.”
감사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몰려온 최지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모든 정리가 끝난 뒤 장미숙은 방으로 돌아가 쉬었고 최지유는 여전히 서재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최지은이 조심스레 서재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밀자 최지유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조심스레 부르는 최지은의 목소리에 최지유는 정신을 가다듬고 동생을 바라보았다.
허탈했던 눈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담담한 얼굴이었다.
“아직 안 잤어?”
최지은은 언니의 얼굴을 살피며 낮게 말했다.
“일찍 자야 할 사람은 나보다 언니잖아. 의사 선생님도 무리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하셨고 식사도 거르지 말라 하셨으니 해라는 대로 해야지.”
최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나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이제 잘게.”
두 사람은 함께 서재를 나섰다.
계단을 오르며 최지은은 최지유의 팔목을 살짝 잡고 말했다.
“언니, 나 내일 운성에 가야 돼. 나 없는 동안 약속 꼭 지켜. 제때 병원에 가서 수액 맞고 항암 치료받는 날에는 휴가 내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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