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화
김가영은 억눌러왔던 감정을 간신히 삼키며 화장실 쪽에서 걸어 나오는 주나연을 흘끗 바라봤다. 그녀가 이쪽으로 걸어오자 김가영은 냉랭한 시선으로 노골적인 경고를 보냈다.
주나연은 그 눈빛에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췄고 이내 방향을 바꿔 사람들 틈 속으로 슬그머니 섞여 들어갔다.
한편, 최지유는 진경훈을 데리고 조용한 쪽 테이블로 향했다.
“진경훈 씨,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녀가 손짓하자 진경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눈빛이 너무 다정다감해서 보는 사람마저 오해할 정도였다.
최지유는 진경훈이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지은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사랑에 빠진 눈빛이네...’
정확했다. 진경훈의 눈빛은 누구를 보든 사랑스럽게 빛날 것 같은, 좀 과하게 진심 같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최지유는 그런 시선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끌었고 진경훈 역시 조금도 거만한 것 없이 편하게 응했다.
둘의 대화는 자연스레 금융권 이야기, 인맥, 사업 확장 같은 실무적인 주제로 흘러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지은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뉴스에서 늘 ‘엔터’면을 장식하던 플레이보이 재벌 진경훈이 이렇게 논리적이고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 모습이라니, 생각보다 훨씬 진중해 보였다.
그제야 그녀는 최지유의 의도를 깨달았다.
‘언니는 최현 그룹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발판으로 진경훈을 잡으려는 거구나.’
그래서 최지은은 괜히 분위기를 흐릴까 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배아현을 찾으러 갔다.
그 시각, 이태오와 주미현은 마지막 하객들을 배웅한 뒤에야 와이너리로 옮겼다.
문을 열자마자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한쪽 구석, 은은한 조명 아래 마주 앉은 최지유와 진경훈이었다.
두 사람은 단둘이 앉아 있었고 나머지는 거실 쪽 긴 소파에 모여 웃고 떠들고 있었다.
진경훈이 무슨 말을 했는지, 평소에 냉정하기만 하던 최지유의 얼굴에 드물게 부드러운 웃음이 번졌다. 그 모습이 노란 조명 아래에서 유난히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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