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내가 안 왔으면 약혼자가 친구들한테 나를 어떻게 혼내줘야 하는지 논의하는 걸 듣지도 못했겠지?”
한수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협력사 사람들 앞에서라면 최지은이 아무리 자기 체면을 짓밟아도 참을 수 있었지만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절대 그녀가 자신의 체면을 짓밟게 둘 수 없었다.
목소리를 낮춘 한수혁의 안색에는 불쾌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오해야. 집에 가서 다시 설명할 테니 지금은 데려다줄게.”
최지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왜 이렇게 서둘러? 진 대표가 말한 좋은 방법 아직 다 못 들었잖아.”
진성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억지로 웃었다.
“형수님, 그냥 술김에 농담한 겁니다. 제 잘못입니다.”
최지은은 곁에 있던 테이블에서 컵 하나를 집어 들고는 망설임 없이 진성준을 향해 힘껏 던졌다.
퍽!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진성준은 눈가를 정통으로 맞았다.
“아!”
진성준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싸 쥐었고 유리컵은 바닥에 부딪혀 깨지며 청명한 파편 소리를 냈다.
순간, 방 안은 숨소리조차 멎은 듯 조용해졌다.
한수혁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진성준이 먼저 사과까지 했는데...”
한수혁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최지은은 오른손을 들어 그대로 한수혁의 뺨을 내리쳤다.
짝!
그러자 주위 공기가 얼어붙은 듯 싸늘해졌다.
고개를 들어 최지은을 바라보는 한수혁의 눈빛은 가라앉아 있었고 그 안에서는 분노가 사납게 소용돌이쳤다.
한수혁이 홧김에 손을 쓸까 봐 두려웠던 소유정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재빨리 최지은의 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뒤로 숨겼다.
남녀 간의 힘 차이는 어쩔 수 없었고 맞붙게 되면 손해 보는 쪽은 뻔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누군가 나서서 한수혁을 붙잡고 말렸다.
이윽고 누군가가 빠르게 방문을 닫으며 최지은과 한수혁을 갈라놓았다.
소유정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하... 진짜 깜짝 놀랐네. 최 대표님, 룸 안에 전부 덩치 큰 남자들뿐이었는데 그렇게 막무가내로 덤비면 어떡해요. 저희는 둘 뿐이었잖아요. 정말 싸움이 일기라도 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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