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한수혁은 짜증스럽게 앞을 막는 사람들을 밀쳐내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술을 들이켰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진정하는 걸 보고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며 하나둘 그의 곁으로 모여들어 진성준 같은 사람은 일일이 신경 쓰지 말라고 달래기 시작했다.
한수혁은 굳은 얼굴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술 한 병을 비운 그는 옆에 놓인 재킷을 움켜쥐며 낮게 말했다.
“간다.”
그 모습을 본 몇몇은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웃으며 그를 문밖까지 배웅했다.
밖에서는 장승현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수혁이 나오자마자 그는 급히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한수혁은 몇몇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에 올랐고 문이 닫히자 장승현은 운전석으로 돌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오늘 최 대표님께서 출가연을 취소하셨어요.”
그 말에 한수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최지은과 냉전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최지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차가운 음성이 그대로 전해졌지만 담담하고 여유로운 태도가 오히려 긴장한 그의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출가연 취소했다는 얘기 들었어. 왜 나랑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그는 최대한 긴장을 감추려 목소리를 낮췄다.
최지은은 의외로 기분이 좋은 듯 차분히 답했다.
“출가연은 원래 외할머니가 정하신 거였어. 하지만 이제 할머니도 안 계시고 초대된 손님들 대부분은 나랑 인연이 없어. 그래서 그냥 없애고 결혼식 날 한 번에 하기로 했어. 이미 손님들에게도 다 연락했어. 올 사람은 오고 싫으면 안 오면 그만이지.”
설명을 들은 한수혁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렇게 큰일은 나랑 의논했어야지.”
“요즘 일 때문에 바쁘잖아. 내가 알아서 해도 되는데 굳이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사실 그는 전혀 바쁘지 않았다.
오히려 최지은을 약 오르게 하려고 일부러 진성준과 어울려 지내며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그 사실이 이미 귀에 들어갔을 텐데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듯했다.
조금 전까진 풀렸던 긴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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