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아직 절반밖에 준비 못 했어요.”
그녀는 운전대 위에 올린 손에서 힘을 살짝 빼고 상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며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대응 계획을 짰다.
핸드폰 너머 예상했던 격한 분노는 들리지 않았다.
상대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번에는 약간 비꼬는 듯하면서 경멸 섞인 어조로 말했다.
“최 대표, 하루 종일 시간을 줬는데 고작 3억밖에 못 맞췄다고? 소문처럼 대단한 사람은 아닌가 보군.”
최지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알다시피 전 반년째 회사에 나가지 않았어요. 그동안 수혁이가 제게 주는 배당도 거의 없어서 제 손에 있는 유동 자금이 많지 않습니다.”
“하...”
상대는 비웃는 듯 짧은 웃음을 흘렸다.
최지은이 침묵하자 상대는 한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한 시간 남았어. 내 말 꼭 기억해. 신림 호텔에는 혼자 와야 해. 이 일에 제삼자가 끼는 순간 내일 아침 운성 뉴스에 혁운 그룹 비리가 대문짝만하게 실릴 거야.”
최지은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6억을 다 맞추지 못했는데...”
상대는 다시 코웃음을 쳤다.
“역시 별 볼 일 없는 년이네. 그 1억 5천이라도 들고 와.”
상대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최지은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한수혁 번호를 눌렀다.
최근 며칠간 한수혁은 그녀의 용서를 받기 위해 거의 매일 그녀 앞에 나타나 매달렸는데 오늘은 오후에 단 한 번 문자를 보낸 뒤 다시 연락이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녀는 한수혁이 정말로 자기 말을 그렇게 따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최지은은 두 번이나 한수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자 이번에는 장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연락을 받은 장승현의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최 대표님.”
최지은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수혁 지금 어디 있어요? 생각 잘 해보고 답해야 할 거예요.”
짧은 침묵 끝에 장승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진성준 씨가 대표님을 위해서 총각 파티를 열었어요. 지금 클럽에서 술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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