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최지은은 결국 자기 입장과 태도를 제대로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감히 스스로 포기했던 약혼자를 일부러 유혹하겠어.’
최지은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 경솔한 짓을 할 의도도 전혀 없었다.
“강 대표님, 농담은 농담일 뿐이에요. 제가 남자 보는 눈은 별로일지 몰라도 사람 됨됨이는 절대 문제없습니다. 실패한 사랑 때문에 다시 강 대표님한테 매달릴 일은 없으니 그건 안심하세요.”
‘굳이 농담을 빙자해 나한테 못 박을 필요는 없잖아.’
그녀는 진지하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깊은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느슨했던 분위기 대신 날카로운 냉기를 풍겼다.
“최지은 씨는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게 아니라 아예 눈이 멀어버린 것 같네요.”
최지은은 강도윤이 왜 분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또다시 인신공격을 당하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정말 너무하네!’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고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볼까지 부풀렸다.
강도윤은 그녀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호텔 밖으로 걸어 나갔다.
최지은은 뒤따라가며 어떻게든 만회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 순간 앞서 걷던 강도윤이 돌연 몸을 돌려 그녀를 품에 끌어당기더니 호텔 중앙 기둥에 그녀를 가둬 세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숨 쉬는 것도 잊은 그녀는 강도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왜...”
그녀가 입을 열려 하자 강도윤이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그는 몸을 숙여 더 가까이 다가왔고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뺨을 훑으며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숨결이 교차하는 짙은 기류에 최지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숨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그때 누군가 두 사람 곁을 지나가며 휘파람을 불었다.
“참 대단하네. 로비에서부터 못 참았어?”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최지은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진성준이었다.
그녀의 손은 더 이상 강도윤의 가슴을 밀어내지 못했고 대신 분노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진성준은 비웃음을 남기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서현성이 아직 패를 내보이지 않은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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