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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최지은은 애써 미소를 유지한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저는 강 대표님이 자꾸 입술을 핥다가 독에 중독될까 봐 걱정일 뿐이에요.” ‘한수혁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 축하한다니!’ 최지은은 무거운 숨을 삼켰다. ‘만약 결혼 전에 한수혁과 진서연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면...’ 내일 식장에서 그녀가 듣게 될 모든 축하한다는 말을 사실상 그녀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말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 후에야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말들은 칼날이 되어 그녀의 가슴을 찌를 터였다. 다행히 미리 사실을 알아 비수가 되어 그녀에게 꽂힐 일은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차가 달릴 때마다 차 안으로 흩어져 들어와 그의 옆얼굴을 스쳤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 그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이 은근히 최지은의 신경을 건드렸다. “조금 전 시험해 봤잖아요. 그런데 아직 멀쩡해 보이네요?” 순간 조금 전 일을 떠올린 최지은은 얼굴이 붉어지며 말문이 막혔다. 운전석 백미러 너머로 기사의 얼굴에 은근한 미소가 번져 있는 것이 보였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기사 때문에 최지은은 분풀이하듯 혀끝을 세게 깨물었다. 그런데 옆자리의 남자는 마치 더 몰아붙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최지은은 물고 놓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없어요? 설마 진짜로 중독돼서 말도 못 하는 거예요?” 최지은에게 불리한 형세가 이어지고 있을 때 핸드폰이 다시 울리며 그녀를 구원했다. 그녀는 재빨리 화면을 확인한 뒤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언니.” 수화기 너머로 최지유의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내일 돌아오니?” “응.” 최지은은 늘 감정의 기복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차갑기만 한 장녀인 최지유가 조금은 무서웠다. 최지유는 알겠다고 답하고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몇 초 후, 살짝 누그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은아...” 망설임이 묻어나는 그 부름에 최지은은 급히 물었다. “언니, 무슨 일이야?” 수화기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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