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화
말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윤지현은 다른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심지어 상대가 고유진이라고 해도 그녀는 항상 말을 아꼈다.
조도현이 아직 옆에 서 있고 떠날 생각이 없는 걸 본 윤지현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는 척했다. 그런데 머리와 혀가 따로 놀아 저도 모르게 말했다.
“대표님, 혹시 더 벗으실 것 있으신가요?”
“...”
윤지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방 안은 조용해졌다.
‘세, 세상에! 내가 뭐라고 한 거야? 벗, 벗으실 것? 나 대표님한테 더 벗으실 것 있냐고 한 거야?’
지금 조도현은 셔츠와 정장 바지만 입고 있었다.
윤지현은 지금 당장 기절하고 싶었다. 그녀는 조도현에게 더 분부하실 것 있으시냐고 묻고 싶었는데 그가 조금 전에 옷을 벗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말실수를 했다.
윤지현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조도현이 입을 열었다.
그는 아주 진지하게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니. 다 벗으면 감기에 걸릴 것 같네.”
말을 마친 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떠났다.
“...”
저 눈빛은 어떤 눈빛일까?
조도현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자기 비서가 너무 음흉하다고, 내 옷을 다 벗기고 싶어 하지만 그리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걸까?
윤지현은 옷장에 기대어 몸을 지탱했다.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윤지현은 빠르게 캐리어에서 옷을 꺼내서 다림질한 뒤 부랴부랴 탈의실에서 나와 곧장 안방을 떠났다.
이번 일로 일할 때는 절대로 정신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증명되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윤지현은 잠깐 마음을 가다듬은 뒤 차분해지고 나서야 본인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약 한 시간 뒤 백성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윤 비서님, 전 대표님께서 깨셨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참관을 내일로 미루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오늘 밤 대표님과 함께 술을 맛보고 싶다고 전하셨어요.]
윤지현은 냉소를 흘렸다. 전석강이 여자들을 데려온 이유는 조도현 때문일 것이다.
윤지현이 답장을 보냈다.
[네. 전달하겠습니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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