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6화

대화하면서 눈빛이 오갔다. 윤지현의 입술을 향한 조도현의 눈빛이 마치 촛불처럼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늘 차갑던 그의 눈동자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마치 모든 이들을 홀릴 것만 같았다. 윤지현은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밥 먹는 중에 뭐 하는 거야! 게다가 사람도 많은데... 대표님, 좀 조신해지라고요!’ 조도현의 눈빛을 본 손태호는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콜록콜록. 윤지현은 헛기침하면서 자신의 입가에 멈춰 있는 조도현의 손을 밀어냈다. “실수로 물었어요. 죄송해요.” 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계속해 오리주물럭을 먹었고, 조도현은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티슈를 내려놓았다. “괜찮아. 실수로 문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 “...” 윤지현도, 손태호와 방지혁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윤지현은 손에 힘이 빠져 오리주물럭을 그만 놓쳐버렸다. 그녀는 너무 창피해서 그릇으로 얼굴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실수로 문 게 하루이틀이 아니라니.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들이었다. 심지어 진성주도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도련님도 참... 적당히 하셔야지.’ 손태호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늦바람이 가장 무서운 법이었다. 아예 몰랐을 때는 한없이 도도하게 굴다가 한 번 늦바람이 들고 나니 아주 난봉꾼 같았다. ... 저녁을 다 먹은 뒤 윤지현은 도망치듯 그의 집에서 나왔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유혹한 게 아니라 유혹당한 쪽이라고, 조도현이 그러는 이유는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다만 이제야 그 본모습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집으로 돌아온 윤지현은 캐리어를 정리하고 옷들을 세탁기 안에 넣었다. 그러고는 집을 간단히 청소한 뒤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동안 정말 피곤했다. 윤지현은 욕조에 몸을 담근 채 고유진과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집에 도착했다고 알렸다. 전화를 끊은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