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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유하민은 아무 말 없이 쓴웃음만 지었고 유치훈은 조용히 침대 곁에 앉으며 안경을 손끝으로 밀었다. “나도 네가 다치는 일은 절대 못 본 척하지 않을게. 어떤 상황이어도 내가 널 지킬 거야. 이번에 해외에서 제일 실력 있는 경호팀도 고용했으니까 24시간 널 보호할 거야.” “또 저 때문에 돈을 쓰시게 했네요.” 유하민은 일부러 능청스럽게 웃어 보였다. “가족끼리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내가 바라는 건 네가 별일 없이 잘 지내는 거야. 네 할머니도 이틀 내내 네 걱정만 하셨어. 이번에 돌아가면 꼭 들러서 인사드려.” “네. 그럴게요.” “네 할머니도 이제 연세가 많으셔서 자극받으면 안 돼. 다음 달이 팔순이라 이번 일은 꼭 비밀로 하자. 괜히 마음 쓰이시게 하지 말고.” 유치훈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고 유하민은 다 안다는 듯 미소만 지었다. “큰아버지는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입을 꾹 닫고 있을게요.” 그 장면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결국 본심은 유하민의 할머니 앞에서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할까 봐... 미리 입단속하려는 거잖아. 정말 유치훈이 유하민을 아껴서 저러는 줄 알았더니.’ 윤지현도 속으로 비웃음이 나왔다. 예전에 손태호에게서 박하율의 사연을 듣고 이미 유치훈에 대한 호감이 다 사라졌던 데다 이젠 그냥 인간적으로 실망스럽기만 했다. 이런 사람에게 진짜 애정이나 의리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됐다. 결국 자기 책임만 피하려고 회피하는 비겁함과 진실을 외면하는 게 유치훈의 본능이었으니 겉으로는 젠틀한 척해도 실상은 자기 이익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잔인한 남자가 유하민 앞에서는 대단한 척하는 걸 보니 진짜 기가 막히네. 외모 빼고는 정말 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야.’ 그런 생각이 스치던 윤지현은 갑자기 뭔가 어이없어져 버렸다. ‘이런 사람이 혹시... 내... 에이 설마, 세상에 이런 악몽이 또 있을까.’ “전 그냥 조금 어지러워서... 나가 있을게요.” 윤지현은 의식적으로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차분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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