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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조도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에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박아영은 반응이 훨씬 더 심각했다. 문밖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박아영의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뛰어들어 본인을 죽일 것처럼 말이다. “태호야, 전화기를 저 여자에게 줘봐.”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한 조도현은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예언자처럼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아우라를 풍겼다.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밖으로 나간 손태호는 잠시 후 가방을 들고 돌아와 박아영 앞에 내려놓더니 친절하게 지퍼까지 열어주었다. 그 안에서 휴대폰 화면의 불빛이 새어 나왔다. 화면에 뜬 ‘사모님’이라는 이름을 본 박아영은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얼굴이 어찌나 창백한지 회색빛이 감도는 듯했다. 떨리는 손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낸 박아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스피커폰을 켜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 “사모님, 민예는 어떤가요? 열은 내렸나요?” 전화기 너머로는 약간 나이 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드럽지만 묵직한 음성이었다. “내렸어요. 이제 괜찮아요.” 박아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정말로 괜찮은 거 맞아요?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저와 유씨 가문 사모님 모두 걱정하고 있어요.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도요. 그러니 조금만 더 신경 힘내세요.” “정말 괜찮아요. 거짓말 아니에요. 아이가 지금 제 옆에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정말 잘했어요. 한 시간 후, 우리가 자주 가는 별장으로 오세요. 사모님께서 뵙고 싶어 하세요.” 박아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다른 날에 가면 안 될까요?” “잘 아시다시피 저는 그저 사모님 지시대로 전달하는 것뿐이에요. 되는지 안 되는지는 제가 결정할 수 없어요. 지금 바로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늦지 마세요.” “네, 알겠어요.” “그래요.”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은 상황, 박아영은 순간적으로 힘이 빠졌다. 그러자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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