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박진섭은 눈을 감은 채 피곤하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나는 임준호와 함께 병실을 나섰다. 적막한 복도에서 잠시 침묵하던 임준호가 나에게 말했다.
“내일 연회가 하나 있는데 초대장은 구해 줄 수 있어요. 대신 절대 우리와의 관계가 드러나선 안 돼요. 그래야 강연아 씨가 청호 그룹에 남아 있는 게 의미가 있어요.”
“고마워요. 분수는 지킬게요.”
임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물었다.
“강연아 씨는 예전에 강지연 씨를 알았던 거예요?”
“왜 갑자기 그렇게 묻죠?”
“만약 모르는 사이라면 강연아 씨가 송시후와 강유나를 향해 보이는 적대심이 설명 안 되거든요.”
나는 그의 말에 미소 지었다.
“전부터 말했잖아요. 하지만 당신들은 내가 강지연이라는 걸 믿지 않았을 뿐이죠.”
“그런 농담은 하지 마요.”
“좋아요, 그럼 이렇게 말할게요. 예전에 강지연 씨를 만난 적이 있어요. 덕분에 많은 걸 깨달았고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나는 몸을 돌려 임준호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담담하게 말했다.
“강지연 씨는 자기 죽음을 통해 저에게 알려줬어요. 붙잡을 필요조차 없는 가족애라면 억지로 붙잡을 필요 없다는걸요. 강지연 씨 덕분에 저도 부모를 버릴 용기를 얻은 거죠.”
임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믿어 줄게요. 먼저 돌아가요. 초대장은 오늘 밤 안으로 강연아 씨 손에 들어갈 거예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고요. 휴대폰 줘요.”
임준호가 손을 내밀자 나는 휴대폰을 건넸다. 임준호는 자기 번호를 저장해 두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전화해 봐요.”
나는 휴대폰을 받지 않고 말했다.
“그럼 박진섭 씨 번호도 같이 저장해 주실래요?”
임준호는 휴대폰을 내 손에 억지로 쥐여주고는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몰래 입술을 삐죽 내밀고 휴대폰을 쥔 채 병원을 나섰다. 바깥에는 여전히 운전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정말로 초대장이 도착했다. 거실에서 봉투를 뜯자 곁에 있던 유은수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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