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화
나는 이수연의 의도를 알 수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 따라 주눅 들지 않고 계약서를 들고 강유나의 곁을 지나갔다.
“잠깐만요!”
강유나가 갑자기 내 손을 붙잡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물었다.
“강유나 씨, 무슨 할 말씀이 있는가요?”
내 손에 정규직 계약서를 보고 얼굴색이 변한 강유나는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한참 만에 깊은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우리 이야기 좀 해요.”
“저는 강유나 씨와 아는 사이도 아닌데 할 이야기가 없어요.”
“강지연에 관한 일인데, 그래도 이야기하기 싫으신가요?”
“…”
잠시 침묵을 지키던 나는 결국 단호하게 강유나의 손을 뿌리쳤다.
“저는 강지연이란 분도 모릅니다. 서류 제출하러 가야 해서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나는 강유나의 얼굴색이 좋지 않을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어제 강유나가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내가 강주언의 조카딸이 아니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강유나가 그녀를 알고 있는 걸까?’
인사부에 서류를 제출한 후 밖에 나가 강주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자 나는 곧바로 물었다.
“진짜 조카딸님과 강유나 씨는 아는 사이인가요?”
“응? 뭐라고?”
“진짜 조카 따님과 강유나 씨는 아는 사이인가요?”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어. 연아는 어릴 때부터 해외에 있어서 귀국한 적이 없어. 강유나 씨랑 만날 기회가 없었을 거야. 왜? 들켰어?”
“어제 승마장에서 강유나 씨를 만났을 때, 저를 보자마자 제가 외삼촌의 조카가 아니라고 했어요. 오늘 또 와서 물어보길래, 외삼촌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이 정보면 충분해요.”
통화를 마치고 다시 재무부로 돌아간 나는 또 다른 사람과 마주쳤다.
“당신이 강연아 씨인가요? 회장님께서 만나자고 하세요. 저 따라오세요.”
“회장님께서요?”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따라갔다. 원래는 김경애를 만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김경애는 회사 일을 관리 할 때에도 대부분 부하 직원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거의 회사에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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