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7화

송시후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을 열어 나의 터무니없는 생각을 끊어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송시후는 이미 무겁고 어두운 기색을 거두고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말이 맞아요. 제가 제대로 못 해서 안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네요. 앞으로 연아 씨가 아저씨 앞에서 제 좋은 말을 좀 많이 해 줘야겠어요.” “원래부터 외삼촌은 송 대표님한테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셔서 제가 굳이 말할 것도 없어요. 그냥 송 대표님이...” 나는 갑자기 입을 막고 급히 덧붙였다. “미안해요, 강유나 씨랑 멀리하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냥 말이 그렇게 나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송시후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저랑 유나는 원래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하지만 강유나 씨는 송 대표님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송시후가 턱을 두 번 불쑥 움직이면서 핸들을 잡은 손이 저도 모르게 더 조여지는 걸 보았다. 눈길 또한 내 쪽으로 자꾸 향하면서 어딘가 불안하고 억지스러워 보였다.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좋아하지 않으면 굳이 저보고 송 대표님한테서 떨어지라고 경고하지는 않았겠죠. 죽은 언니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닐 거잖아요? 제가 사교를 즐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문은 들었어요. 강씨 가문은 양딸만 오냐오냐 키우고 친딸은 외면했다죠. 그런 상황에서 강유나가 죽은 언니를 걱정해서 다른 여자를 경계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걸 미처 신경 쓴 적 없었네요.” 송시후는 마지못해 대답하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 “또 뭘 알고 있는데요?”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 외엔 잘 몰라요. 그냥 유학할 때 국내 친구들한테서 주워들은 얘기뿐이에요.” 송시후는 길게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사실 송시후와 강유나가 예전에 사귀었던 건 이 바닥에서 비밀도 아니었다. 특히 재벌가 사람들은 그들이 원래 한 쌍이었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내가 갑자기 강씨 가문 얘기를 꺼내면 송시후는 혹시 내가 다른 비밀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