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강주언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무의식적으로 내 쪽을 바라봤고 나는 시선을 박진섭에게로 돌렸다.
박진섭은 담담한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말했지만 그 말은 큰 울림을 남겼다. 과하게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강지연을 아끼는 마음은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박진섭은 그 침묵조차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강주언을 향해 말했다.
“지금 바깥세상에서 강연아는 당신 조카로 알려져 있어요. 집안 쪽 사람들은 이미 정리했으니 함부로 나와서 떠들지 않을 거예요. 다만 저와 함께 있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으니 앞으로 많이 수고해 주셔야겠어요.”
강주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박 대표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들어줘야지. 마침 내일 경매 성질의 그림 전시회가 있는데 같이 가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박진섭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뒤 강주언과 함께 서재로 들어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재에서 나온 강주언은 안색이 어두웠고 박진섭은 바로 떠났다.
강주언은 거실로 돌아와 앉았고 인상을 펴기도 전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강주언은 먼저 반가운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미간을 더 좁혔다. 그러고는 나를 흘끗 바라보더니 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어렴풋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강주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디 감히!”
강주언의 분노 섞인 목소리에 나는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건 그의 등뿐이었다. 나는 대체 전화 너머의 사람이 누구기에 조금 전까지 그렇게 기뻐하다가 지금은 이토록 화가 난 건지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문득 어린 나이에 해외로 유학 갔다던 강주언의 진짜 조카딸이 떠올랐다. 얼마 전 강주언이 조카딸을 언급할 때 보니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듯했다. 설마 조카딸과 다툼이 있는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강주언이 화난 얼굴로 돌아왔다. 강주언은 휴대폰을 소파 위에 휙 던지고는 심각한 얼굴로 앉아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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