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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송시후의 말이 끝나자 곧 발걸음 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돌아서서 내려가려 했지만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태연하게 막 올라온 척하며 두 사람을 보자마자 가슴을 두드리며 헐떡였다. “강유나 씨 괜찮으세요?” 강유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내게 쏟아지는 눈빛은 당장이라도 날 찢어 죽일 듯했다. 송시후는 강유나를 보지도 않고 곧장 내 앞에 와 섰다. “연아 씨는 왜 올라왔어요?” “아까 시후 씨가 급하게 들어가는 걸 보고 혹시 강유나 씨가 맞는 것 같아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내려오질 않길래 무슨 일 있나 싶어서 올라왔어요.”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이제 괜찮은 거 맞죠?” 송시후가 강유나를 바라보자 강유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시후가 담담하게 말했다. “유나가 기분이 안 좋아서 바람 좀 쐬러 올라왔을 뿐이에요. 이미 얘기는 다 끝났으니까 이제 내려가요.” “강유나 씨는 안 데려다줘요?” “자기 차로 돌아갈 거예요. 제가 보낼 필요 없어요.” 말을 마친 송시후는 내 손을 끌어 아래로 내려갔다. 뒤돌아보니 강유나는 치맛자락을 바람에 나부끼면서 그 자리에 서서 그저 송시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의 어둠에 가려진 눈빛은 도무지 읽히지 않았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모른 척 송시후와 함께 내려왔다. 차 안은 침묵으로 가득했으며 회사 앞에 거의 다다를 즈음 송시후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연아 씨, 사실 유나는...” “알아요. 유나 씨가 송 대표님을 좋아하잖아요.” 나는 송시후의 말을 끊고 한마디 덧붙였다. “송 대표님, 대표님 과거는 상관 안 하지만 현재는 중요해요. 저와 진지하게 만나고 싶으시면 주변 정리부터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아무리 대표님이 좋아도 받아줄 수 없어요. 외삼촌 역시 허락하지 않을 거고요.” 송시후의 눈빛이 순간 흔들리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요. 반드시 정리할게요.” “제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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