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화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몸 깊은 곳에서 졸음이 거세게 휘몰아쳤고 문득 방금까지 다르지 않아 보였던 그 카드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조금 전 중년 남자가 떠날 때 독사처럼 스쳐 간 시선이 떠올랐고 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손을 휘둘러 앞의 술잔을 깨뜨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새빨간 액체가 순간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런 소동은 곧장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나는 유리컵 파편 하나를 집어 들고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다. 그때, 옆에서 갑자기 손 하나가 뻗어와 내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살려줘요...” 내가 술잔을 깨뜨린 건 애초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였고 연회에 온 사람들이 외면한다 해도 주최 측이나 보안요원들은 분명 소동을 듣고 달려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순간, 내가 군중 속을 바라보자 모든 이들이 무심한 눈빛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마치 당연한 일이라도 되는 듯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내게 오래 머물렀다. 나는 다시 연회장 속 여성들을 바라봤다. 그들 중 몇몇은 얼굴을 찌푸렸고 또 몇몇은 무표정했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고 보안요원도 군중 속에 섞여 있었지만 이쪽을 힐끗 보고는 곧장 등을 돌리고 떠났다. 그러는 와중에 내 귓가에 방금 그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미안해요. 제 사람이 소란을 좀 피웠네. 여러분은 계속 즐기세요.” 그러자 아까까지 고요했던 장내가 순식간에 다시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제 할 일을 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나는 몸부림쳤지만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강 대표님이랑 자든 나랑 자든 똑같잖아요. 왜 이렇게 사태 파악이 안 되는 거죠?” 나는 손에 쥔 유리 파편을 움켜쥐고 고개를 돌려 그의 목을 노려보았다. “강 대표님은 내 외삼촌이라 말했을 거예요. 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오늘 나를 건드리면 내 외삼촌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그는 비웃듯 얘기했다. “흥. 재미있네요. 그렇게 소리치니까 더 흥분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