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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나는 그들을 따라 나가지 않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경찰은 박진섭과 함께 이주희가 문자를 받은 그 전화를 추적하고 있었다. 박진섭은 임준호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린 뒤 소파에 앉아 눈썹을 찌푸렸다. 피로가 몰린 그의 얼굴을 보고 경찰이 말했다 “박 대표님, 이 사건을 위해 너무 수고했습니다. 사실 기술 지원은 직원들에게 맡기셔도 충분합니다. 아무리 빨리 진실을 밝히고 싶어도 이렇게 몸을 혹사하면 안 됩니다. 우리 수사팀원들도 교대 근무로 휴식을 취하는데요. 이대로 가다간 버티지 못할 겁니다.” “괜찮아요.” “그래도 걱정스러우면 우리 휴게실에서라도 잠시 쉬는 게 어떨까요? 강지연 씨와의 사적인 인연이 있어 더욱 신경 쓰시는 건 이해하지만 건강이 제일이 아닙니까? 강지연 씨가 친구인 박 대표님께서 이렇게 밤낮없이 뛰어다니시는 걸 알면 감동할 거예요. 부모나 배우자보다도 더 관심하잖아요.” 경찰은 한숨을 쉬며 책상에 기대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 가족의 태도는 정말 이상합니다. 강지연 씨가 어떻게 됐든 피는 물보다 진한데...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의심한 것까지는 이해가 가도, 이제는 사실임을 알면서도 슬퍼하는 기색 하나 없이 귀찮은 일 처리하듯 하는 걸 보면... 천하에 이런 부모도 있나 싶습니다.” 박진섭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경찰은 계속 중얼거렸다. “듣자니 강지연 씨는 어렸을 때 실종되었다가 겨우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안함에 더 아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을까...” “어쨌든 이 부자들의 세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모두 감정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경찰이 갑자기 무엇을 떠올렸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아, 박 대표님,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박 대표님은 그런 사람들과 달라요. 오래 알고 지내면서 봐왔지만, 제가 아는 부자 중 가장 의리가 있는 분이십니다.” 박진섭이 가볍게 웃자 나도 덩달아 웃었다. 부모의 사랑은 이미 아득히 멀어졌지만 박진섭의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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