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현재 상황을 보아하니 눈앞의 이들은 분명 세 식구였다. 나는 왜 그들의 딸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날 팔아넘기려는 계략을 꾸미고 있었고 나를 딸이라 부르는 건 단지 남들을 속이기 위한 수작임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병원 입원과 퇴원 절차까지 문제없이 처리했으니 아마 내 신분증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엔젤호텔.
내가 죽음을 맞이했던 바로 그곳이었다.
지금 다시 그곳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에 뼛속 깊은 두려움이 솟구쳐 올라 온몸이 멈추지 않고 떨렸다.
갑자기 손가락 하나가 내 이마를 꾹 찔렀고 몸이 옆으로 기울자 곧바로 또 다른 손이 내 귀를 잡아채며 날 억눌렀다.
“이 죽일 년, 우리가 너를 괜히 먹여 살린 줄 알아? 지금 와서 이런 큰 사고를 치다니. 돈 못 받게 되면 내가 널 가만둘 것 같아? 게다가 난 네 엄마인데 내가 널 해치겠니? 이번에 내가 소개한 사람은 좀 나이가 있긴 하지만 가진 재산이 얼마나 많은데... 너는 젊고 얼굴도 예쁘니까 제대로만 마음을 사로잡으면 앞으로 평생 호의호식할 수 있어. 뭐 하러 고생스럽게 공부하고 회사 다니냐? 그딴 걸로 무슨 출세를 하겠어? 언제쯤이면 네 오빠를 위해 우리 집안을 좀 일으킬 수 있겠냐고! 앞으로 네가 잘살게 되면 절대 잊지 마라. 널 낳고 키운 건 바로 나야. 듣고 있니? 이년아!”
그때 차가 호텔 앞에 멈춰 섰고 두 부부는 내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앞좌석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도 안전벨트를 풀고 내려왔다. 세 사람은 함께 나를 끌어내어 호텔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곧 제압당했고 주변의 사람들이 잠시 놀란 눈길을 주었으나 이내 무심하게 시선을 거두었다.
프런트 데스크에 이르자 남자가 방 번호를 불렀다. 직원은 별다른 말도 없이 처리했고 잠시 우리를 막으려던 경비원도 직원의 귀띔을 듣자마자 순순히 물러났다.
나는 여전히 발버둥 쳤지만 몇 사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였다.
바로 옆 엘리베이터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몇 사람에게 둘러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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