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쥴리는 자신이 이제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속박에서 풀려난 듯 가볍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캐리어를 내팽개쳤다.
“선배, 오셨네요. 들어오세요. 차 한 잔 드릴게요.”
경호원들이 나를 막으려 했지만 나는 조용히 손짓했다.
나는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서며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시연이 너한테 꽤나 퍼줬나 보네. 이 집, 싸진 않았을 텐데.”
쥴리는 차를 내밀며 담담하게 답했다.
“선배,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거, 저도 알아요. 죄송해요. 제가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나는 조용히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왜 그랬어?”
내 기억 속에서 나는 쥴리와 꽤 가까운 사이였다.
디자인 학과에 다닐 때, 지갑을 도둑맞고 며칠씩 꿂던 그녀에게 밥을 사주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연결해줬다.
그런데 왜 그녀는 나를 배신한 걸까. 내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쥴리는 오진호처럼 울거나 소리 지르지 않았고 오히려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말했다.
“간단해요. 질투 때문이에요. 왜 선배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가졌어요? 좋은 집안, 예쁜 얼굴, 인증받는 실력까지. 하늘은 왜 선배만 편애하는 걸까요?”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난 그냥... 강변 아파트 하나 갖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과한 욕심이었을까요? 경성 집값은 왜 그렇게 비싼 거죠? 내가 가진 거 다 쏟아부어도 고작 작은 원룸 하나가 전부이고...”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서요. 온시연이 다가왔을 때 주저하지 않았어요. 몰락한 아가씨가 10억 원을 선뜻 내밀던 그 순간,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단 걸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나는 쥴리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맞아. 하지만 그게 네가 죄를 짓는 걸 정당화해주진 않아. 쥴리야, 네 인생은 네가 망친 거야. 네 실력과 노력만으로도 엔젠가 강변 아파트에 살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 넌,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게 생겼잖아.”
쥴리는 한참 나를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