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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데리러 왔다는 말에 박지한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그러나 곧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표정을 구겼다. “싫어. 자기는 나랑 같이 자지도 않으면서.” 난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서둘러 박지한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윤준영 무리는 눈치껏 룸을 빠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룸 안엔 나와 박지한만 남겨졌다. 박지한은 눈을 반짝이며 나만 바라보고 있었고 난 박지한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제대로 대화하려 했다. “왜 나랑 같이 안 자려고 하는 거야?” 그 질문에 난 내려둔 손을 다시 올려 입을 막았다. 이제 박지한이 취했다는 걸 믿을 수 있었으며 입이 막힌 박지한은 간절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난 마른기침하다가 겨우 변명 거리를 찾아냈다. “알다시피 요즘엔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박지한은 내 손을 잡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다 나으면 나랑 자줄 거야?” 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인 대답을 보이지 않으면 오늘 밤 내내 여기에서 시달릴 것 같았다. 박지한은 어린아이처럼 방긋 웃으며 내 허리를 꼭 껴안았다. “그럼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자기가 다 나으면 꼭 같이 자는 거야.” 박지한은 내 손을 잡고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난 탁자에 올려둔 서류가 보여 비웃듯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님, 회의는 끝난 거야?” 그러자 박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응. 자기랑 자러 가야 하거든.” 그리고 내 손을 잡고 룸 밖으로 나섰다. 룸 밖엔 윤준영 무리가 경호원처럼 지키고 있었다. 룸 방음이 탁월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창피해서 얼굴조차 들지 못했을 것이다. 윤준영은 박지한이 고분고분 따라 나온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몇몇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제수씨, 어떻게 왔어?” 난 멀지 않은 곳에 세워 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운전해서 왔는데 왜?” 윤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시간 될 때 내가 지한이 차 운전해서 가져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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