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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점심시간이 되고 박무철과 김금옥이 식탁에 앉자,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두 분은 가족들이 함께 모인 식사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손주들이 모두 모인 걸 보자 박무철은 기분이 퍽 좋아졌다. “지한아, 너희 큰형네는 곧 식구가 늘겠다더라. 너희는 언제쯤 아이 가질 생각이냐?” 그 말은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큰형네 아들인 박호진 부부가 임신 소식을 전해왔고, 두 분은 그 소식에 날아갈 듯이 기뻐하셨다. 박지한은 내 손을 잡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할아버지, 저희는 아직 급하지 않아요. 게다가 시안이 몸이 좀 약해서, 먼저 건강부터 챙기고 나서 생각하려고요.” 할아버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셨다. “그래? 시연이는 어디가 안 좋으냐?”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큰 병은 아니에요. 예전에 유학할 때 밤새 공부한 게 좀 무리가 됐는지, 기혈이 약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제야 김금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손이 그렇게 차가웠던 거구나. 애미야, 한 선생님 오시라고 해라. 시연이 진맥 한번 받아야겠다.” 깜짝 놀란 나는 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할머니. 정말 별일 아니에요.” 문제는 바로 그 한 선생님이었다. 한 선생님은 명망 높은 한의사로, 한의약과 서의학을 두루 섭렵한 분이다. 이미 은퇴했지만 여전히 입소문 따라 진료를 요청하는 이들이 줄을 이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어릴 때 복통이 심했던 날, 마침 할머님 댁에 있다가 한 선생님께 진맥을 받게 됐는데, 손목만 짚어보시곤 내가 일주일 전 아이스크림을 몰래 먹은 것까지 알아내셨던 거다. 만약 이번에도 내 손목만 잡고 내가 피임약을 먹고 있다는 걸 알아채기라도 하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런 나를 보고 한미애가 조용히 말했다. “시연아, 할머니도 널 걱정해서 그러시는 거야. 기혈은 그냥 넘길 게 아니야. 한 선생님도 바쁘신 분인데, 이렇게 집으로 직접 모실 수 있는 건 할머니 덕분이지.” 나는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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