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이모연이 한여진에게 매실청 쿠키를 권하는 걸 보니, 그녀는 임산부 식단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예전에 한미애가 준 찻잔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유산의 원인은 철저히 이모연 본인에게 있다는 뜻이었다.
이모연은 임신 중 생선, 새우, 게 같은 고단백 식품을 과하게 먹었다고 했다.
한 번은 박씨 본가에서 식사할 때도 자신이 게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랑스럽게 떠벌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게’가 그녀가 유산한 진짜 이유였다.
게는 성질이 차가워서 오래 먹으면 고령 임산부는 물론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들다.
나는 조용히 웃으며 당당한 얼굴로 있는 이모연에게 물었다.
“큰어머니, 임산부가 게 먹으면 안 되는 거 모르셨어요?”
이모연은 ‘영양사가 직접 짠 식단이라며 전문가들이 그렇게 많이 먹게 놔뒀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고성을 질렀다.
“그런 돌팔이들이 뭘 안다고! 임신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내가 먹고 싶은 거 좀 먹는 게 무슨 잘못이야?”
옆에 있던 한 부인이 조심스레 말했다.
“근데 임산부는 게 먹으면 안 돼요. 제 조카도 게 조금 먹고 유산할 뻔했어요.”
한미애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멍했던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럼 유산은 형님 책임이에요. 남 탓 하지 마세요.”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미애가 전투력을 회복했다면 잠시 뒤로 물러나도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모연을 ‘큰어머니’라 부르는 입장이기에 오늘처럼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어른을 무시했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난감했다.
이모연은 머뭇거리다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럼 네가 준 찻잔, 정말 문제없다고 자신할 수 있어?”
한미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물론이죠. 그날 차 마신 사람이 큰어머니뿐이 아니었어요. 넷째 제수씨도 임신 중이었는데 멀쩡했어요. 그런데 왜 큰어머니만 유산했나요?”
그 말에 이모연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주변 사람들도 슬슬 진실을 눈치챘는지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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