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박지한이 몸을 움직이자 연분홍빛 실크 잠옷이 살짝 들려 올라갔다.
그 아래 드러난 피부는 실크보다도 훨씬 부드럽고 말끔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약을 들었지만 눈동자는 금세 어두워졌다.
박지한이 내 발을 살며시 잡고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발목선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 손끝의 따스한 온기에 깜짝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긴장해.”
“누가... 누가 긴장했다고.”
나는 서둘러 부정했지만 그는 대꾸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햇빛 한번 제대로 못 본 허벅지 살은 하얗고 말랑해서 나는 민망하게 잠옷을 내려 그 부분을 가렸다.
발등 역시 사람 손에 닿은 적 없는 고운 피부였고 박지한의 손끝이 스치듯 지나가며 간질간질한 느낌을 남겼다.
하이힐을 오래 신었던 탓에 뒤꿈치가 벌겋게 벗겨져 있었다.
박지한이 조심스럽게 내 두 다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좀 부었네.”
그가 흘깃 나를 바라보자 나는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라 침대 위 쿠션을 집어 그의 쪽으로 툭 던졌다.
“약 바를 거면 빨리 좀 발라. 왜 자꾸 뜸 들여.”
박지한은 고개를 살짝 돌려 쿠션을 피하더니, 약이 묻은 손가락을 다시 내 발로 가져갔다.
차가운 약이 뜨거워진 피부 위에 닿자 나도 모르게 가볍게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계속 손을 움직였다.
“다른 데도 아픈 데 있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했다.
발을 거둬들이려는 순간, 움직임에 따라 덮고 있던 잠옷 자락이 또 들려 올라갔다.
“이건 또 뭐야?”
박지한이 나를 막아세우며 다리 쪽을 바라보았다.
“설마 몰라?”
내가 되물었다.
그의 손이 잠시 멈추더니, 이내 다시 약을 조심스럽게 발랐다.
그리고는 내려간 잠옷을 정돈해 주며 말했다.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꼭 바르고 요즘은 매운 음식 피해야 해.”
나는 침대 시트를 손으로 매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또 발라야 해...?”
박지한은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리며 웃었다.
“그럼. 안 그러면 계속 아프지.”
나는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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