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55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박씨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점 가문의 딸이 시집가는 날이었다. 비록 본가와는 한참 떨어진 지점이지만 그래도 박씨 가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기에 결혼식엔 꽤 많은 권력자들이 모였다. 나와 온시연도 그 자리에 있었다. 신부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해외 부자와 결혼했는데 재력만큼은 정말 확실한 사람이었다. 결혼식은 그 부자가 통째로 사서 신부에게 선물한 한 섬에서 열렸다. 하객들의 왕복 비행기표는 물론 숙박까지 전부 신랑 쪽에서 부담했다. 결혼식 당일, 우리 여자들끼리 그 섬을 둘러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고 있었는데 온시연이 갑자기 말했다. “나도 결혼하면 저런 섬 하나쯤은 받아야겠어. 안 사주면 그냥 안 살아.” 그 말에 다들 웃었지만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언젠가 나도 내 힘으로 직접 내 섬을 살 수 있을 만큼 벌어야지.’ 그때, 우리 근처에 박지한이 서 있었던 걸 기억한다. ‘온시연의 말이 분명히 들렸을 텐데...’ 그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지금 온시연의 말이 정말로 현실이 되였다. ‘나는 언제쯤 내가 원하는 섬을 살 수 있을까.’ 며칠 동안 우리는 그 섬에서 머물렀다. 자연 경관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고 숲과 폭포, 심지어 천연 온천까지 있었다. 우리는 숲속을 누비고 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밤이 되면 손을 잡고 바닷바람을 맞았다. 어느 오후, 나는 등나무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었고 박지한이 내 손에 시원한 코코넛 워터를 건네줬다. 빨대를 입에 물며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느린 삶은 낯설지만... 나쁘지 않네.’ “체스 둘래?” 박지한이 갑자기 물었다. “싫어. 지금은 머리 쓰기 싫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웃으며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래도 한 판 하자. 안 그러면 너 뇌에 곰팡이 필 걸?” 그렇게 농담을 하며 체스판을 펼쳤고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할 줄은 아는데 잘 두는 건 아니야.” 나는 조심스레 말했지만 몇 수 두지 않아 바로 졌다. “진짜 못 두는구나.” 그는 놀란 듯 나를 보았다. 나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