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주소연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송기영은 눈앞의 책상을 탁하고 치며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주소연, 너 정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겠어?”
주소연은 장난스럽게 혀를 쏙 내밀며 내 팔에 기대듯 안기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결혼하겠다고 한 건 그 예쁜 언니야. 너랑은 아무 상관 없잖아?”
그러면서 볼을 내 팔에 비비며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나랑 결혼해 줘요. 아니면 내가 언니한테 시집가도 돼요.”
송기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굳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 난감하게 말했다.
“저기... 나는 남자가 좋아...”
주소연이 뭔가 더 말하려 하자 송기영은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외쳤다.
“주소연.”
주소연은 놀라 움찔하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은 뒤 식기를 챙겨 주방으로 향했다.
뒤에서는 송기영이 주소연을 혼내는 소리가 들렸고 주소연은 작고 짠한 목소리로 용서를 빌고 있었다. 온나연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티격태격하는 남매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방에서 나왔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어느 정도 화해한 듯 보였다.
송기영은 어색하게 헛기침하며 말했다.
“그게...오늘 얘가 너희 집에서 자도 될까? 우리 집엔 남는 침대가 없어서.”
주소연은 얌전히 서서 기대 어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자 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자도 되긴 하는데 예전 그 철제 침대는 좀 불편할 텐데 괜찮겠어?”
내 말이 끝나자마자 주소연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외쳤다.
“괜찮아요. 저는 적응력 최고예요. 소양간에서도 잘 수 있다니까요.”
송기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소양간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럼 당장 너부터 보냈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송기영은 결국 나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와 창고에 넣어두었던 철제 침대를 다시 꺼냈다.
그렇게 해서 주소연은 잠시 내 집에 머물게 되었다.
주소연은 성격은 다소 활발했지만 의외로 무척 살뜰한 면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안 청소가 말끔히 되어 있었고 부엌에는 샌드위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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