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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새 남자?

강지연은 욱신거리는 다리 통증에 제대로 말을 뱉을 수도 없었다. 그저 가슴 한편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진태경은 늘 임다은의 교묘한 이간질에 넘어가 앞뒤 가리지 않고 그녀를 몰아세웠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사업에서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던 그가, 어째서 임다은에게만은 그토록 휘둘리는 건지 마치 눈이 멀고 귀가 막힌 바보 같았다. 예전에는 억울한 마음에 조목조목 따져 항변했지만, 이제는 그럴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진태경은 그녀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고 그녀 또한 더 이상 그에게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을 테니까. 이제 더는 그의 비위를 맞추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사과하지 않겠다면요?” 그녀는 고통을 억누르며 차갑게 비웃었다. “진 대표님께선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예전처럼 사모님 자리는 내가 마다해도, 탐내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씀하실 건가요?” 진태경은 핏기없이 창백한 강지연의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싸늘한 눈빛을 번뜩였다. 솔직히 이 일로 그녀와 언쟁을 벌이고 싶진 않았다. 그녀가 사과만 한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었는데, 왜 굳이 그에게 맞서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강지연, 마지막으로 한번 기회를 줄게.” 그는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지금 당장 사과하면 과거는 묻지 않겠다.” 병실 안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임다은의 눈빛에 승리감과 기쁨이 번뜩였다. 그녀는 비록 진씨 가문 안주인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진태경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강지연처럼 억지로 안주인이 된다 한들, 매일같이 구박과 멸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평소에는 진태경에게 감히 반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강지연이 오늘따라 딴사람처럼 변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진태경의 미묘한 태도 변화 역시... ‘아까 강지연이 휘청거렸을 때, 분명 그녀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말도 안 돼. 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건 모두 할머니와 그녀의 압박 때문이었잖아?’ 강지연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진태경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련마저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혼을 입에 올린 게 그저 홧김에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전 대표님이 베푸시는 기회 따위 구걸할 필요 없어요.” 그녀는 한때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혼인 관계 증명서를 그의 발치에 툭 던졌다. “더 이상 임다은 씨를 위한 이동식 수혈 팩으로 살고 싶지도 않고 대표님의 이름뿐인 아내로 살아가는 것도 지긋지긋해요. 진 대표님, 제 뜻이 충분히 전달됐을까요? 오늘 이 순간부터 우리는 그 어떤 관계도 아니에요.” 임다은의 눈동자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격렬한 환희로 물들었다. ‘강지연이 먼저 이혼을 입에 올리다니! 진씨 가문 어른들이 나와 태경의 관계를 인정해 주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강지연이라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만 사라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진태경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저 다은에게 수혈을 해 주러 오라고 했을 뿐인데, 왜 이토록 억지를 부리는 거야?’ 하지만 강지연의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을 보자 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수혈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저렇게 날을 세우는 건가?’ 사실 그는 몇 년 전부터 더 적합한 혈액 기증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좀만 기다려주면 될 것을 왜 참지 못하는 거야!’ 진태경은 심호흡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제 그만 억지 부려.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억지 부리는 게 아니에요. 통보하는 거예요. 나는 당신과 이혼할 겁니다.” 강지연의 눈빛은 경멸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이건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에요. 저는 그동안 특정 인물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데 진저리가 났어요. 당신은 계속해서 바보처럼 살아도 상관없겠지만, 저는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진태경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그가 따져 물으려 입을 열려는 찰나, 임다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강지연이 뭔가 알아차린 걸까?’ 그녀는 살짝 진태경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일부러 피가 흐르는 자신의 손등을 그에게 보여주며 가냘프고 가련한 눈빛으로 말했다. “태경아, 나 어지러워...” 그녀의 초췌한 모습을 보자 진태경의 손등에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잠시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던 그는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돌아가서 얘기하자. 일단 다은이에게 수혈부터 해 줘.” 강지연은 단호하게 맞섰다. “돌아가서 얘기할 필요 없어요. 비서에게 이혼 합의서를 가져오라고 하세요. 사인하면 수혈해 드릴게요.” 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임다은은 이를 악물고 갑자기 몸을 비틀거리더니 병상에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진태경의 동공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다은아!”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좋아, 네 요구대로 해 줄게!” 강지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혼 합의서를 가져오라고 명령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마침내 그들은 완전히 남남이 되었다. 예전에는 그와 닮은 얼굴을 보면서 그가 아직 곁에 있는 듯 위안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심지원이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알면 몹시 화를 낼 것 같았다. 진태경은 그녀의 홀가분한 모습에 이유 모를 짜증이 솟구쳤다. ‘분명 이전에는 그토록 나를 사랑했는데, 왜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걸까?’ 그는 묵묵히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고 강지연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서류를 들고 병실을 나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유 모를 공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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