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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지연, 아주 잘났어

하지만 두 사람의 입술이 닿으려는 찰나,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귓가를 찢으며 그의 흩어진 정신을 붙잡았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울먹거리는 임다은의 목소리가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태경아, 너무 무서워, 나 병원에서 나왔는데 계속 어떤 차가 날 따라오는 것 같아, 무서워서 집에 혼자 못 가겠어...” 진태경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지며 걱정스러운 감정이 그의 눈동자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강지연을 매섭게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너 먼저 집에 돌아가. 우리 사이에 남은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강지연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지난 3년 동안, 1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의 인생은 단 한 편의 지루한 드라마처럼 반복되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임다은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닿는 순간, 진태경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예전에는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고 밤새 잠 못 이루며 그의 해명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그저 웃길 뿐이었다. ‘그래, 이렇게 철저하게 실망해야 미련 없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지.’ 그때, 차승준이 숨 가쁘게 뛰어왔다. “누나, 괜찮아? 그 자식 누나한테 험한 짓이라도 한 거 아니지?” 그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며 혹시 다친 곳은 없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펴보았다. 강지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흔들리던 눈빛을 다잡았다.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진지했다. “아까 네가 나한테 했던 제안 말인데 받아들일게.” 차승준은 잠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물었다. “뭘?” 강지연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돈하며 다시 한번 또렷하게 말했다. “나보고 블루오션으로 돌아와서 경영을 맡아달라며. 그 제안,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블루오션은 그녀와 심지원이 함께 일궈낸 회사였고 그동안 차승준이 그녀를 대신해서 회사를 운영해 왔다. 그녀는 예전에 정말 바보 같았다. 대타를 위해 그녀와 심지원의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을 그토록 오랫동안 외면했으니 말이다. 차승준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활짝 웃었다. ‘야호! 드디어 누나가 블루오션으로 복귀하기로 했으니 나도 드디어 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구나!’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누나와 형처럼 똑똑하지 못해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더군다나 발전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그들의 소중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늘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다. 그는 더 이상 가슴 졸이며 힘겨워할 필요가 없었다. 차승준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오늘 강지연의 기분 전환을 위해 멋진 밤을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까맣게 잊고 그녀를 회사로 데려갔다. 그는 빛의 속도로 대표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지난 3년간 진행되었던 중요 프로젝트 관련 자료들을 샅샅이 찾아 강지연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누나, 자료는 많지 않아. 이 정도뿐이니까 며칠 안에 싹 다 숙지해둬. 다음 주에는 내가 공식적으로 누나에게 경영권을 넘긴다고 발표할 거니까.”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조금이라도 더 머물렀다가는 또다시 억지로 끌려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강지연은 탁자 위에 놓인 자료들을 둘러보고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문득 딴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3년 동안, 그녀는 이곳에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한때 어리석게도 자신이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고 현실을 외면한 채 그와 똑 닮은 누군가로 대체한다면 심지원은 영원히 그녀 곁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심지원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진태경이 아무리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지라도 결코 그가 될 수 없었다. 강지연은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작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 버리는 것을 느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3년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사무치는 그리움과 억울함을 모두 토해내듯, 목 놓아 울었다. 사무실 밖에서 몇몇 원로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감히 문을 두드려 그녀를 방해하지 못했다. ‘우세요, 울어서 좀 나아진다면 마음껏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둘게요. 지난 3년간 그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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