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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임은우의 입에서 이런 말까지 나오자 송서아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확 멨다.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눈가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줄기 빛마저 사라졌다. 정신과 의사가 마침 회진을 돌러 왔고 심리 치료에 대해 다시 한번 물었다. 임은우는 그 계획서를 찢어버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료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얘는 질투심에 찌들어 있어서 치료할 수 없어요.” 송연준은 곧바로 비서에게 송서아를 본가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네가 그렇게 이나를 못마땅해하니 이만 떨어져서 지내. 이제부터 너는 본가에서 지내고 평생 이나 곁에 얼씬거리지도 마!” 옆에 있던 간호사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만류했다. “환자분이 심하게 다치셔서 당분간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해요.” 하지만 두 사람은 못 들은 척하며 송이나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가기 전, 단 한마디만 남겼는데 한없이 매정할 따름이었다. “입원할 필요 없어요. 지금 당장 내보내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송서아는 체념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곧 떠날 테니 다신 만나지 말자!’ 본가에 도착하자 밥을 가져다주는 가정부 외에는 온 집안에 송서아 혼자였다. 그녀는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매일 혼자 약을 갈고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마음만은 묘하게 안정을 되찾았다. 여유가 생기니 송서아는 이민 증명서를 받아왔다. 그 뒤로 가정부가 며칠 전 가져다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열한 살 때, 송연준이 송이나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한 달 동안 수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느라 밤을 지새웠고, 한 장 한 장 [오빠는 꼭 여동생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나도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게.]라고 적어뒀다. 열여섯 살 여름 방학 때, 송서아와 임은우는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고, 그녀는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 소중하게 간직해 두었다. 나중에 늙어서 추억하기 위하여... 두 남자와 함께 졸업하던 그해, 셋은 절에 가서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빌었다. 그녀가 자신들 옆에 평생 함께하길 바라면서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었지... 그들과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어서 몸을 돌리자 임은우와 송연준이 떡하니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녀가 버린 물건들을 보더니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 이걸 다 버리는 거야?” “아무 가치도 없는데 뭣 하러 남겨둬?” 송서아의 대답을 듣자 두 사람의 안색이 굳어졌다. 실은 오늘 그녀가 잘못을 뉘우쳤는지 물어보려고 왔다. 만약 순순히 송이나에게 사과한다면 근처에 있는 다른 별장을 사서 그곳에 송서아를 안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을 보이자 두 남자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전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 사과할 마음도 없는 거네?” 송서아는 잠시 그들을 빤히 쳐다보다가 되물었다. “내가 대체 뭘 사과해야 할까? 너희가 한번 말해볼래?” 송연준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지난 몇 년 동안 그녀가 저질렀다는 ‘죄명’들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네가 이나를 밀어서 계단에서 떨어뜨렸고, 수영장에 빠뜨렸고, 베클리 음대 입학 기회를 뺏었어...” 송서아는 줄곧 듣고 있지만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나한테 사과는 바라지 마. 이 일들로 사과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그녀가 여전히 암암리에 송이나를 모함하고 저격하자 임은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 태도가 정 그렇다면 우리의 결혼도 무기한으로 미뤄야겠어. 네가 사과할 때까지!” 말을 마친 두 남자는 단호하게 자리를 박차고 떠나갔다. 떠나기 전에 그들은 차에서 엄청 큰 택배 상자를 던져두고 갔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그녀가 샀던 모조 시체였다. 사전에 뜯었던 흔적이 없다는 걸 꼼꼼히 확인한 후 송서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가 지고 나서 그녀는 짐을 모두 싸고 딱 세 가지 일만 했다. 첫 번째, 시내 중심가 대형 스크린 광고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줄곧 몸에 지니고 있던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목걸이를 보내 송이나가 자신을 해치고 모함하고 헛소문을 퍼뜨리는 영상을 3일 밤낮으로 도시 전체에 반복 재생하도록 했다. 두 번째, 임은우와 송연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한테 사과를 원했지? 영상 이미 녹화해 놨어. 이제 곧 시 중심에서 내가 송이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사과 영상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세 번째, 항공사에 연락하여 전세기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송서아 씨, 어느 항공편으로 예약하시겠어요?” 이제 막 내일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송이나가 보였다. 이 여자가 글쎄 건달 한 무리를 데리고 몰래 차에서 내려 수십 통의 휘발유를 별장 주변에 뿌렸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깨달은 후, 송서아는 곧바로 오늘 밤 항공편을 문의했다. “오늘 밤 유케이로 가는 항공편은 새벽 1시에 출발하는 항공편 한 편뿐인데 전세기를 예약하시겠어요?” 송서아는 주저 없이 예약하겠다고 대답하곤 택시를 불렀다. 송이나가 행동하기 전에 그녀는 재빨리 모조 시체를 침대에 눕혔다.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 송서아는 캐리어를 챙기고 뒷문으로 나가 택시에 탔다. 백미러에 연기가 활활 타오르는 광경이 비치자 운전기사가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지금 불타는 게 손님 집이에요? 119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편 송서아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공항으로 가주세요. 1시 비행기를 타야 하거든요.”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파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택시가 도로를 질주했다. 그녀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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