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진우 씨는 죽게 될 거야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고 남자아이였는데 다만 조산이라 한동안은 인큐베이터에서 지내야 했다.
그에 따라 치솟은 의료비는 결국 우리를 짓누르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방이 됐다.
한진우는 오래도록 아껴 모아온 통장을 비워냈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결혼반지까지 전당포에 맡긴 뒤에야 겨우 첫 주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괜찮아, 다은아. 돈 문제는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병상 옆에 앉은 한진우는 사과를 깎으며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나는 선명하게 충혈된 그의 두 눈과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는 얼굴을 보았다.
알고 있었다. 한진우는 이미 막다른 길에 몰려 있었다는 걸.
그런데 바로 그때, 죽었다고 알려졌던 그 사람이 돌아왔다.
병원 로비에 걸린 TV에서는 같은 뉴스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제국의 영웅, 박민재 최연소 최고사령관이 어제 영광의 귀환을 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사령관은 적진에 잠입해 반년 동안 잠복한 끝에 적군의 지휘부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 성공했으며...”
화면 속에서, 말끔한 군복을 입고 어깨에 장성을 단 남자는 여전히 숨 막힐 만큼 눈부셨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고 매의 눈 같은 날카로운 시선은 화면을 뚫고 곧장 나를 겨누는 듯했다.
내 손에 들려 있던 사과가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 사람이... 안 죽었다고?’
그는 살아서 돌아왔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았다는 기쁨 따위는 조금도 없이, 끝도 없는 공포만이 몰려왔다.
박민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독하게도 독점욕이 강했고 자신의 것에 다른 사람의 흔적이 묻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만약 내가 자신의 아이를 품은 채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진우 씨는 죽게 될 거야. 분명 죽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