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2장
머지않아 그들은 성남역에 도착했다.
도윤은 슬며시 은행 카드를 나미의 주머니에 넣은 후 택시를 불렀다. 대학생때부터 은행 비밀 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도윤은 나미가 이 돈을 못 쓸까 봐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비밀번호는 그냥 도윤의 생일이었다.
“도윤아, 넌 같이 안 가?” 나미가 택시 창문을 내리며 물었다.
“여기서부터 나는 따로 갈 곳이 있어, 나미야 안녕!” 도윤이 차를 떠나보내며 손을 흔들었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나미가 소리쳤다. “도윤아! 너가 돈이 많든 적든 정말 상관없어! 우리 그냥 결혼하자! 우리 같이 성남시에서 일 구해서 거기서 우리 미래를 잘 설계해보자! 우리 할 수 있어! 혹시 성남시가 싫다면… 그냥 시골 가서 살자! 우리가 살 작은 집은 구할 수 있을 거야… 거기에 정착하고 남은 여생을 편하게 살자! 내 말 들려?”
“뭐라고? 안 들려! 건강하고 잘 살아야 돼!” 도윤이 손을 흔들며 소리치고는 돌아섰다.
“우리 결혼하면 안되냐고 말했어! 안 될까? 나 정말 아무 것도 상관 안 해! 아저씨, 차 좀 세워주세요!” 도윤이 자신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서 나미는 초조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리 그녀가 애원을 하던지 간에, 기사는 세우지 않고 달릴 뿐이었다. 깊은 한 숨을 내쉬며 택시 기사는 방금 전 도윤이 몰래 건네준 주머니 속 돈을 툭툭 치고는 액셀을 밟았다.
택시가 더 이상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지만 도윤은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당연히 나미가 했던 말은 다 들었다. 그녀의 말 또박또박 하나하나 다 들었다.
비록 평범한 삶이라는 것이 부자가 된 후 그렇게 바라왔던 것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살 수 없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미나를 찾기 전까진 말이다.
미나가 실종되어 있는 한, 그는 인생에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왜 방금 나미랑 헤어질 때 기분이 그렇게 별로였던 걸까…?
잠시 이에 대해 생각하고 도윤은 다시는 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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