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뉴욕의 겨울은 너무 갑자기 찾아왔고 추위도 가차 없었다.
이소희는 유리창에 대고 입김을 불고는 손가락으로 그 위를 무심히 문지르며 의미 없는 선을 그렸다.
옆에 있는 테이블에 스케치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김이 서서히 사라지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디자인 시안 속 날개가 찢어진 나비를 바라봤다.
이소희는 손가락으로 연필을 돌리다가 결국 그 위에 길고 가느다란 균열을 힘주어 덧그었다.
“소희야, 네 버터플라이 시리즈 말이야. 샤넬에서 모든 샘플을 선주문했어!”
차가운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진 이소희의 지도교수 소피아는 샴페인을 들고 작업실로 들어왔다가 바닥에 널브러진 구겨진 스케치들을 보고 멈춰 섰다.
“이건 축하해야 할 일이야. 넌 스포트라이트 앞에 서거나 사람들로 가득한 파티에 참석해야 해. 이렇게 집에 틀어박힌 달팽이처럼 지내는 게 아니라.”
소피아는 샴페인을 내려놓고 바닥의 종이 뭉치를 피해 조심스럽게 걸어 다녔다.
하지만 이소희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허리를 숙여 커피 자국으로 얼룩진 스케치 한 장을 집어 들자 나비 날개에 뿌려졌던 금빛 가루가 부스스 떨어졌다.
“아직도 부족해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쥔 그녀의 손바닥에 희미한 갈색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오래전에 생긴 상처가 남긴 흔적이었다.
“고치를 깨고 나오는 나비에는... 피가 묻어 있어야 하잖아요.”
이소희는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따뜻한 실내에서 드러난 부위라곤 목뿐이었다.
유리 커튼월에 그녀가 귀 뒤에 새로 새긴 나비 문신이 비쳤고 부러진 날개 부분은 공교롭게도 예전에 샹들리에가 떨어지며 남긴 흉터를 가리고 있었다.
“오! 알렉스, 왔구나! 정말 다행이야. 소희가 나를 좀 봐 줬으면 좋겠는데 수업 시간 말고는 전혀 말을 안 들어.”
“알겠습니다, 소피아 교수님.”
가슴을 움켜쥔 채 과장되게 한바탕 연극 같은 독백을 마친 소피아는 마침내 안심한 표정으로 이소희를 상대방에게 넘겼다.
“뭐라도 좀 먹어. 디자이너가 작업대에서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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